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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Feb 01. 2023

구멍 (일곱)





일곱...          



     태우의 가게 앞에서 석준은 벌써 10분 넘게 서성이고 있었다. [‘프로방스’ 꽃가게 위층에 있는 숍] 이라는 태우의 안내 문자에 따라 ‘프로방스’란 꽃집은 찾았지만 그 위층으로는 선뜻 들어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처음에 그는 태우가 장난을 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혹시 ‘프로방스’가 태우의 가게인 건 아닐까 꽃집 안을 기웃거렸을 정도였다. 그러나 창문마다 온통 꽃분홍색 시트지가 발라진 [어필 성인용품점]이 정말 태우의 가게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우가 가게를 차렸다는 말을 듣고 석준이 떠올렸던 건 고작 PC방 정도였다. 군대에 있을 때 PC방을 차리고 싶다고 태우가 얼핏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석준은 사람의 왕래가 조금 뜸해지자 재빨리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갔다.

     먼지가 잔뜩 끼어 거뭇거뭇한 낮은 천정의 층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어필 성인용품점]이라는 붉은 글씨가 붙어있는 짙은 우윳빛의 유리문이 나왔다. 불투명한 유리 탓에 가게 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환한 불빛과 빠른 템포의 음악이 안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들어가려다 말고 푸스스 웃음부터 나왔다. 무엇보다 성인용품점 자체가 그에게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몇 년 전 부터인가 놀라운 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성인용품점들을 거리에서 수없이 보긴 했지만 실제로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석준이 이제까지 써본 성인용품이라고는 고작해야 콘돔과 러브젤이 다였다. 그마저도 혼자 지내온 근 3년간은 별로 필요가 없었다.

     비록 성인용품점을 직접 가본적은 없었지만 그는 가게 안의 모습을 대충이나마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좁은 방구석 가득 쌓여 있는 여러 크기의 종이 상자들과, 야한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있는 허름한 벽, 그리고 책상위에 대충 너저분하게 진열되어있는 기괴한 모양의 성인용품들. 그 한쪽에서 태우는 의자에 기댄 채 졸고 있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불감증과 강박증의 만성에 절어있는 무감각한 공간을 떠올리며 석준은 저절로 쓴 입맛을 다셨다. 

     어쨌거나 다 큰 성인 남자가 어린애처럼 가게 입구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발을 채 내딛기도 전에 그는 엉거주춤 멈춰 서고 말았다. 내부의 모습이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허름하기는커녕 세련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여기저기 조명을 환하게 밝혀놓은 실내는 반짝반짝 윤이 나서 얼핏 보면 옷가게나 액세서리가게로 착각할 정도였다. 얼이 빠진 석준은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고개만 삐죽 들이민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계산대 뒤에서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던 태우가 그를 먼저 발견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왔어요?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해요?”

     태우는 노란색으로 염색한 앞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반갑게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진짜 오랜만이네요.”

     “잘 있었지?”

     “진작 좀 오지 그랬어요. 계속 기다렸는데.”

     “그래, 미안하다. 시간이 잘 안맞아서.”

     “자, 제 가게 어때요? 나쁘지 않죠?” 

     태우가 노란 앞머리를 고갯짓으로 흔들어 보이자, 석준은 - 태우에게 내색하지 말자고 가게 앞에서부터 여러 번 다짐 했는데도 - 도저히 한마디 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근데 너도 참, 엉뚱하다. 성인용품점이라니. 무슨 바람이야.” 

     그리고 입이 옆으로 벌어지는 것을 감추기 위해 가게를 둘러보는 척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가게는 너무나 말끔한 모습이어서 오히려 석준 자신이 의기소침해 졌다.

가게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단연 천정이었다. 물 표면에 파장이 일어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네온 파이프 십여 개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천정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가게 전체에 은밀하면서도 대담한 인상을 주었는데 광택 있는 회색 바닥이 그 푸른빛들을 부드럽게 반사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풍겼다. 사방의 벽들은 갈색과 청동색의 금속으로 마감돼있었고 그 벽을 가로지르는 유리 선반 전시대 위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할로겐 조명을 받으며 진열되어 있었다. 한쪽 모서리를 장식하고 있는 은색 마네킹들도 영화 속 쇼걸들이나 입을 법한 화려하면서도 색정적인 의상을 걸치고 한결 분위기를 돋웠다. 

     태우는 [어필 성인용품점]이라고 날씬한 글씨로 새겨진 큼지막한 아크릴 명패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쭐댔다. 

     “성인용품점이 어때서요? 이게 요즘 떠오르는 유망 사업이라는 거 몰라요?” 

     “그래?”

     석준은 싱겁게 대답했다.

     “이래봬도 제법 손님 많아요. 오늘은 일요일인데다가 시간이 좀 일러서 그런 거지.” 

태우는 마치 석준이 물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대다가 좀 머쓱했는지 “아 참, 형이 왔는데 음료수 하나 안내왔네.” 하며 냉장고에서 캔 음료를 꺼내 석준에게 주었다. 두 사람은 계산대 옆에 놓인 탁자에 마주 앉았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아직도 만나는 여자는 없는 거예요?” 

     태우는 슬쩍 석준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밀었다. 

     “여자는 무슨…….” 

     석준은 짧게 혀를 찼다. 최근 들어 수없이 듣고 있는 질문이어서 이제는 계면쩍어서가 아니라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하는 것에 짜증이 나있는 참이었다. 

     “야, 아깝네. 여자 생겼다고 하면 내가 선물로 여기 있는 것들 싹 챙겨주려고 했는데. 대체 여자는 왜 안 만나는 거예요? 계속 그렇게 혼자 살 생각이에요?” 

     “뭐, 글쎄, 그런 건 아니지.”

     석준은 짧게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 말투가 꽤나 퉁명스러웠던 탓에 두 사람 사이에는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돈은 좀 벌려?” 

     석준은 떠오르는 데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가게 연지 5달 정도 됐는데 인터넷 광고를 많이 한 덕인지 반응이 팍팍 오더라구요. 일부러 멀리서 구경 오는 손님도 있어요. 혹시 형도 생각 있으면 학원 때려치우고 우리 가게 2호점이나 내는 게 어때요? 농담 아니에요.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잘만 하면 그깟 강사 월급보다 몇 배는 더 벌걸요. 내 사업이니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형이 한다고만 하면 내가 전폭적으로 도와줄 테니까……. 아, 전화가 왔네. 형, 잠깐…….” 

     태우는 핸드폰 액정에 뜬 이름을 보더니 무언가 골치 아픈 얘기인지 입술을 찡그리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석준은 어쩐지 초조한 기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진열돼있는 상품들을 둘러보았다. 콘돔이나 젤, 오일 같이 일반적인 것부터 망사와 가죽으로 된 속옷, 사람 크기만 한 인형, 털로 뒤덮인 링, 깃털이 달린 구슬끈처럼 이상야릇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자리를 차지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자위기구들이었다. 진열돼있는 물품들의 80%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이것만 본다면 마치 자위가 섹스의 기본 형태이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섹스는 그 대안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자위기구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석준은 문득 여자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는 남성용 자위 기구와,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는 여성용 자위 기구를 합쳐서 작동시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움찔거리는 여자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에 앞뒤로 벌컥거리는 남자 성기 모양의 여성용 자위 기구가 삽입되는 장면은 정말이지 야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진동하는 한쌍의 자위-섹스 기계. 그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끔찍하고 완전한 섹스가 아닌가. 

     석준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고 깜짝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양 다리를 오므린 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이럴 때 태우가 들어온다면 이만 저만 낭패가 아니었다. 물론 바지춤이 좀 거북해졌다고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흉이 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킨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의미 없는 몇 걸음을 옆으로 내딛다가 가게 중앙에 놓인 진열대로 조급하게 걸어갔다. 넓적한 진열대 위에는 수십 가지 종류의 콘돔들이 알록달록한 사탕처럼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한쪽에는 콘돔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만든 여자, 개, 오두막집, 자동차, 비행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는 진열대에 자신의 하체를 바짝 붙이고 그것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잠시 후 등 뒤로 태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분홍색 콘돔으로 만든 장미꽃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 콘돔 구경하고 있었어요? 재밌는 거 많죠? 내가 색깔별로 줄 테니까 하나씩 써 봐요. 딸기 맛, 레몬 맛, 초콜릿 맛, 입맛 따라 골라도 되구요.” 

     낄낄거리는 태우를 향해 석준은 태연하게 웃어보이고는 다시 자리로 가서 앉았다. 태우도 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불쑥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태우가 재빨리 인사를 하자 남자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편의점에라도 온 사람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거리며 가게를 가로질렀다. 남자는 4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멀끔한 외모에 청바지와 남방을 걸친 가벼운 차림이었다. 그는 초행이 아닌지 곧바로 한쪽 진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잠시 이것저것 들여다보다가 무언가를 하나 집어 들고 계산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기, 여기요. 이거 좀 설명해주실래요?”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건 살구색을 띈 약간 길쭉한 모양이었는데 석준의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태우는 얼른 남자에게 달려가 상자를 받아들었다. 무언가 짓궂은 농담이라도 하는지 태우는 자꾸 히죽히죽 웃었고, 반면 여러 가지 상자를 손에 들고 비교해 보면서 퍽이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딱히 서두르거나 쑥스러워 하지도 않았다. 석준은 자신도 모르게 슬쩍 미소를 지었다. 엉뚱하게도 저 남자가 꽤나 성실하고 믿을 만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잠시 후 태우는 남자가 고른 상자를 들고 자리로 돌아오면서 석준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사람 우리 집 단골이에요.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와요. 근데 꼭 자위도구만 사간다니까요. 저 사람이 사간 자위도구만 해도 대충 스무 개는 될걸요. 완전 자위 마니아인가 봐. 보세요. 지금 고른 것도 자위 도구잖아요.”

     석준은 태우의 손에 들린 상아색 종이상자를 슬쩍 넘겨보았다. 상자에는 투명한 비닐로 덮인 네모난 구멍이 있어서 안의 내용물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몸통도 다리도 없는 커다란 엉덩이 모양의 남성용 자위 기구였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포르노 여배우의 엉덩이와 항문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상자 위에 쓰여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기구의 보송보송한 탄력이나 보드라운 감촉, 뽀얀 색깔이 실제 사람의 것과 무척이나 흡사해 보였다. 그리고 하얗고 포동포동한 엉덩이 사이에는 너무나 말랑말랑해서 손가락이라도 쑥 넣어보고 싶은 구멍이 있었다. 

     “죽이죠? 요즘 이게 완전 히트 상품이에요. 없어서 못 판다니까요. 그런데, 형, 그거 알아요? (태우는 더욱 목소리를 낮추었다.) 뒷구멍에 한번 맛을 들이면 앞 구멍으로는 시시해서 못한데요. 그 때 부터는 계속 뒷구멍만 찾게 된데. 그것 때문에 동성애에 빠지는 놈들도 있데요.”  

     그 때 남자가 이것저것 물건들을 골라 계산대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들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태우는 남자에게서 물건들을 받아 들고 부지런히 포장을 시작했다. 괜히 남자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싶어 다른 쪽으로 돌아앉아 있던 석준은 불현듯 남자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남자를 비웃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다음에 혹시 길거리에서 우연히라도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체 하면서 “어때요? 그 기구는 잘 작동 됩니까?”라고 친근하게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흘긋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남자는 속이 보이지 않도록 이중으로 포장된 검은색 종이봉투를 들고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거침없는 발자국 소리가 문밖으로 사라졌다.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가자 태우는 돈을 계산대에 넣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방금 저 사람이 사간 것만 20만원어치에요. 내가 말했죠? 이 사업이 꽤 짭짤하다고.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섹스는 계속 할 테니까 이 사업이 망할 일은 없을걸요. 그리고 이것도 나름 보람 있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제 말은, 어차피 안하고 살수 없을 바에야 이왕이면 더 즐겁게 하는 게 좋잖아요. 난 그걸 도와주는 거라구요. 일종의 복지사업이랄까. 삶의 질을 높이는 거요. 남들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태우는 말끝에 과장되게 껄껄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석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석준 역시 태우의 말에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가게 안의 여러 가지 용품들은 천박하고 때로는 역겹게 보이는 것들도 있었지만 결국 끝도 없이 치닫는 성적 강박을 살짝 비틀어서 여유와 유머를 가미해 주고 있었다. 

     “하긴 나야말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장사 하면서 그거 실력 하나는 엄청 늘었어요. 직접 써봐야 설명도 해줄 수 있으니까 신상품이 들어오면 한 번씩 사용해 보거든요. 나랑 하는 여자들도 아주 그냥 좋아 죽어요. 그러니 이게 바로 1석 2조, 1석 3조 아니겠어요?” 

     태우가 경망스럽게 어깨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짓이란 게 참 묘해. 아무리 이 여자와 하는 게 좋아도 금세 다른 여자가 궁금해지니, 참 이상하지? 여자란 게 생겨먹은 것도 가지가지, 그 맛도 가지가지, 천차만별이라니까. 하긴 형처럼 순진한 사람이야 내 말이 이해 안가겠지만.”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묵묵히 듣고 있던 석준은 태우의 마지막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로서는 그러한 오해에 대해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요즘 시대에 순진하다는 건 모욕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석준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살면서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뭐가 있어요? 다 뻔할 뻔자지. 그러니까 섹스라도 마음껏 하면서 살아야죠. 형도 괜히 고지식하게 굴지 말고 좀 더 즐기면서 살아요. 좀 더 솔직해지라구요.”

     솔직해지라는 건 무슨 뜻일까? 자신이 뭘 속이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속고 있다는 뜻인가? 별안간 그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 같아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이 정도면 예의는 충분히 차렸으니 할 만큼 한 셈이었다. 

     “저기,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 

     “뭐? 아니, 왜요? 벌써요? 더 있다 가요.” 

     태우는 마치 사과라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석준을 붙잡았다. 그 눈빛이 제법 다정해서 석준은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미 더 있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더더욱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석준은 잠시 망설이는 듯 했으나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냐, 내일 수업 준비 때문에 가봐야 돼. 오늘은 일단 가고, 다음에 또 올게. 아, 그리고 이거……. 개업하는 날 줬어야 하는 건데 늦었다. 보태서 써라. 가게 번창하고.” 

     석준은 미리 준비해왔던 십만 원이 든 하얀색 종이봉투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더 이상 말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태우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야광 콘돔 두 상자를 재빨리 종이봉투에 넣어 석준의 손에 들려주었다. 석준은 그것을 받아들고 서둘러 가게를 빠져 나왔다. 



죽은게이의사회 뽀다구 / exit / 좆도라는섬 


*** [MSG]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죽은게이의사회 : 야아왔냐

MSG :  잘 있었냐

죽은게이의사회 : 어제는 왜 안왔어?

MSG : 레포트 쓰느라 바빴어

죽은게이의사회 : 지금 좆도라는섬님한테 남자끼리 하는 법을 코치해주고 있는데

죽은게이의사회 : 너도 좀 거들어라 ㅋㅋ

좆도라는섬 : ....그런데 제가 궁금한게 있는데

좆도라는섬 : 남자끼리 하는데 왜 콘돔을 쓰는 거죠?. 

좆도라는섬 : 애 밸 염려도 없는데;;;;

죽은게이의사회 : 잘못하면 에이즈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뽀다구 : 성병에 걸릴 수도 있구여

뽀다구 : 위생적인 문제도 있고....^^;;

좆도라는섬 : 콘돔하면 좀 답답할 것 같은데.....

뽀다구 : 좀 불편하긴 하죠

MSG : 그래도 요즘 콘돔은 얇고 질겨서 괜찮아요.

MSG : 딸기맛 나는 거나 야광 되는 것도 있어서 색다른 맛도 있ㅋㅋㅋ

죽은게이의사회 : 요새 콘돔 사용할 일이 많았나보지?

MSG : 그럼지금도 내 방에는 야광 콘돔이 두 상자나 있는데

MSG : 언제나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ㅋㅋ

죽은게이의사회 : 헤프기는..ㅎㅎ

MSG : 인생 뭐 있냐즐기면서 살아야지.... 

MSG : 그게 시대정신이야

죽은게이의사회 : 잘났다ㅋㅋ 콘돔 회사에서 상이라도 줘야것네 

좆도라는섬 : 그런데 실은 오입쟁이들이 외로움을 더 많이 탄다던^^

죽은게이의사회 : 맞아요 저 놈 알고 보면 무지 응석받이에요

뽀다구 : ㅎㅎㅎ

뽀다구 : 계속 얘기하고 싶은데 저는 졸려서 그만 자야겠어요 

뽀다구 : 그래도 계속 접속은 해 놓을께요~~^^ 좋은 밤 되세요    

 

*** [뽀다구]님이 닉네임을 [뽀다구취침중]으로 바꾸었습니다.  

   

MSG 왜 자러가면서 계속 채팅에 접속해 놓는 거지???

죽은게이의사회 : 글쎄... 

죽은게이의사회 : 우리가 얘기하는 걸 보면서 자위라도 하는 게 아닐까ㅎㅎ

죽은게이의사회 : 아니면 혼자 잠들기 싫었거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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