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활치, 뱃 피시 -스페이드 피시(batfish, spade fish)
둥둥 -
뱃피시를 보면 여유롭고 편안해진다. 뱃피시는 다이버를 보고 놀라지 않는다. 다른 물고기들처럼 어딜 쏜살처럼 도망가지도 않고 그저 머물러 있다. 그냥 바다와 유영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다이빙을 할 때 만나면 만나면 가장 반가운 게 바로 이 뱃피시다. 크기도 커서 잘 보일뿐더러 공격성도 없고 다이버에게 호기심도 있어 함께 헤엄치는 맛도 있기 때문이다.
넓게 펴진 몸이 박쥐를 닮았다고 해서 뱃(bat)피시라고도 불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제비의 문양을 닮았다고 제비활치라고 한다. 원래 학명은 Spade Fish이다. 스페이드 피시, 즉 카드의 스페이드 모양을 닮은 물고기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보이는 대로 이름 짓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뱃피시는 열대 바다에 살고 있고 주로 산호초 근처와 난파선에서 볼 수 있다. 난파선 안쪽을 탐색하다가 가끔 바깥을 보면 커다란 물고기가 세네 마리씩 우르르 모여 있다. 그럼 90%는 뱃피시다. 뱃피시는 난파선에 붙어사는 해초나 조류, 플랑크톤을 먹고살기 때문에 물고기를 찾아다니지 않고 천천히 떠다닌다.
그런데 작년 시파단에서 거북이를 졸졸 쫓아다니는 뱃피시를 만났다. 가는 길이 겹치나 해서 계속 보니 뱃피시가 거북이를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녔다.
거북이랑 뱃피시는 원래 친구인 건가? 거북이는 단독생활하는 게 아니었나? 뱃피시랑 거북이랑 사랑하는 사이인가? 이들은 이번 생에 부부의 인연은 아니지만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살기로 한 건가?
안타까운 사연이 있나 싶어 이유를 찾아보니 두 가지 가설이 있었다.
첫째 거북이가 산호를 먹을 때 떨어지는 부속물들을 주워 먹기 위해서.
거북이는 산호를 억센 턱으로 부숴먹는다. 그렇게 부순 산호에서 조류나 플랑크톤이 우수수 떨어져 나오는데 그걸 받아먹기 위해 쫓아다닌다는 것이다.
둘째 거북이가 싼 똥을 먹기 위해서.
거북이와 뱃피시는 먹는 것이 비슷해서 거북이가 똥을 쌀 때 소화 되지 않은 것들을 뱃피시가 주워 먹으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 그래서 거북이가 똥을 쌀 때를 기다리며 따라다닌다고 한다.
단지 쉬운 먹이 활동을 위해서라니!
똥을 먹기 위해서라니!
이들 사이에 낭만은 없었구나.
한참을 놀다 나오는 길에 희한한 물고기를 발견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없어서 그림을 그려 다른 다이버에게 보여줬다. 주황색 띠에 검고 작고 촐랑 거리는 물고기를 봤다고 그림을 그렸다.(그림1).
그러자 옆에 있던 빡빡머리 다이버가 이렇게 생긴 게 아니라 삼각형 모양에 가깝다고 했다.(그림 2)
이를 보던 미술을 전공한 다이버가 둘의 그림으로는 물고기 이름을 찾을 수 없다며 솜씨를 십분 발휘하여 그림을 그렸다.(그림 3)
저 작고 예쁜 물고기가 무엇인지 책을 뒤적거리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았다.
이 작은 아이는 바로 뱃피시의 치어였다.
생명의 신비가 여기있었다. 이렇게 작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화려한 띠를 두른 물고기가 저렇게 늠름하게 자랄 수 있다니. 어릴 때가 좀 더 이쁜 건 사람 아기나 물고기나 비슷한 것이었다. 다른 물고기에게 먹히지 않고 무사히 자라면 저렇게 은빛이 나는 커다란 물고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물고기들은 치어와 성체가 전혀 다르게 생겨 매치가 안 될 때가 있는데 뱃피시도 이런 종류 중의 하나였다.
남편이 길몽을 꿨다고 했다. 컬러풀한 물고기들이 등장을 했단다. 싱크대에서 뱃피시와 니모의 치어가 너무 예쁘게 태어나서 헤엄치는 게 꼭 태몽 같다고 했다.
'뱃피시가 어떻게 생겼었는데?'
'뱃피시 미니 버전으로 생겼지 작은 뱃피시.'
'그건 뱃피시가 아니라구. 게다가 싱크대에 있던 애들을 내가 내려보내라고 했다면서. 완전 개꿈이네'
'그래도 너무 예쁜 물고기였는걸. 흘려보낸 게 아니라 바다로 간 거라고 하자'
꿈보다 해몽이라고. 이런 이상한 꿈이 태몽이라니.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외에 다른 태몽을 꾼 사람이 없어서 이걸 아이의 태몽으로 하기로 했다. 물고기가 나오는 태몽을 꾸면 재물이 많고 자수성가하는 아이가 태어난단다.
그래 우리 아이는 뱃피시처럼 어릴 때는 귀엽고 어른이 돼서는 크고 순하고 영리하고 무리생활을 잘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뱃피시를 보러 바다로 같이 떠나야지.
사진, 영상, 그림2 제공 : 이상빈 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