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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4. 2021

어릴 땐 뭐하고, 지금 와서 지랄인데!

아들과 엄마의 똑 같은 인생

#내가 어릴땐 엄마는 뭐했어?


다음날 아침.

집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만 보인다, 

병구는 들어온 건가? 외박한 걸까? 방문은 닫혀 있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 걸까? 간단한 목례를 하고 김피디는 엄마의 안색을 살핀다, 

한숨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세운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얼굴이 푸석푸석 하다.


잠시후

문이 열리고 큰 아들 병구가 들어온다, 눈치를 살피며 엄마를 본다.

“다녀 왔습니..다”

화가 난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방으로 들어가는 명우의 뒷 통수를 향해 한 마디 한다.

         엄마   너 어디서 잤어?

         병구   석진이네

         엄마   엄마가 오라고 했어? 안했어?

                  너 땜에 집안 어른들이 기다린 것 몰라?

         병구   오기 싫다고 했잖아요 어제


엄마가 화가 난 것은 알지만 병구는 정말 제사에 오기 싫었다. 병구에게는 그저 낯설고 

불편한 일에 불과했다. 할아버지나 큰 아버지나 ‘사고치지 말라’는 잔소리와 

거기에 맞장구치는 아빠! 아무래도 병구에게는 곤혹이었다. 

그런 병구의 마음을 모르는 엄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이라도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이 집안사람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병구와 엄마의 말싸움이 수위를 더해 간다. 

방으로 들어가는 병구의 팔을 잡고 되돌려 세우는 엄마, 병구가 엄마의 팔을 세차게 

뿌리친다, 이젠 덩치가 커진 아들이 버거운 엄마.

자기방으로 들여가려는 병구를 몇 번이고 몸으로 막으며 불러 세우는 엄마.

병구가 씩씩 거리면 엄마에게..


        병구    아이 씨팔 ...엄마는 뭐 제대로 했어요?

        엄마    내가 뭘? 뭐가 짜증나, 니가 나한테?

        병구    가기 싫은데, 계속 오라고 하잖아

병구의 멱살을 잡고서 흔드는 엄마! 엄마의 손을 뿌리치는 병구! 

위험스런 말이 튀어 나온다.


        엄마    엄마가 널 위해서 챙기는 거잖아!

        병구    챙기려면 옛날부터 제대로 챙기던가? 

                  왜 지금 와서 갑자기 챙기고 지랄인데!!


병구의 거친 말에 엄마가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엄마는 

다시 뿌리치는 병구의 목덜미를 잡고 버티고 있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김피디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둘을 막아선다.

병구는 억누른 감정을 쏟아 내며 울먹인다.


       김피    진정해 울지마! 병구야

       병구    짜증나게 하잖아요

       엄마    너 짜증나게 한다고 엄마한테 지랄한다고 그래.. 


아들이 우는 모습에 엄마의 목소리가 떨린다. 아무리 힘들어도 울지는 않았던 병구! 

아들의 우는 모습을 엄마는 처음 본다. 

하지만 엄마도 화가 풀린 게 아니다.


       엄마    내가 지랄한다는 얘기 들으려고 지금까지 살았는지 알아!

                그게 부모한테 할 소리야! 

       병구    엄마가 먼저 나쁘게 하잖아요 

       엄마    뭘 나쁘게 했어? 내가 너한테

       병구    먼저 화를 냈잖아요, 왜 하기 싫은 걸 시켜요?


엄마도 섭섭한 마음을 병구에게 토해 낸다.


       엄마     야! 너 놀러간다고 해서 어떻게 했어? 너한테 잘해준 거 기억이 안 나지?

                 나쁜 것 만 기억하지? 그렇게 따지면 넌 나한테 뭘 해줬냐?

                 다 내 탓 이래, 아빠도 다 내 탓이고, 너도 다 내 탓이라고 하고.. 

                 그러면 내가 뭘 그렇게 너희 둘 한테 잘못했냐?

       병구    처음부터 잘하던가요 그럼! 

       엄마    여태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건 제대로 한 거 아니야?

                대답을 해봐 생각 좀하고 살라고!

                내가 널 왜 낳았는지 모르겠어?


울먹이던 병구는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을 뱉어낸다.


        병구    그러면 애초부터 왜 날 낳았어? 

                  어렸을 때부터 뭐 제대로 같이 있어 준 적 있어? 

                  할아버지네 있을 때 같이 있어 준 적 있냐고? 

엄마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엄마. 병구의 말에 엄마는 움켜 잡았 던 손을 힘없이 내려놓는다. 

그리고 울고 있는 병구를 바라보고 있다


         병구      할아버지랑 살 때 엄마 보고 싶었어! 근데 엄마 없잖아.

                     보고 싶을 때 옆에 있었냐고?

                     엄마가 집에 왔을 때 나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었는데 바쁘다고 갔잖아!

                     나는 엄마가고 나서 밤새도록 울었다고..

                     근데 지금 와서 왜 지랄이야!


병구는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꽝 닫는다.

엄마는 병구의 쌍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들어보는 말, 그때는 왜 몰랐을까?

지금 까지 왜 알지 못했을까? 이런 말을 16년 동안 아들은 왜 하지 않았을까?


18세 어린나이에 병구를 낳고 친정아버지 집에 맡길 수밖에 없어 던 엄마.

병구는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4학년 때 까지 살았다.


어린 엄마에게 세상은 가혹했고 살아남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앞만 보고 가야만 했다

그런데, 그것이 핑계라는 것을 엄마는 이제 깨달았다.

어린 병구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엄마역할을 왜 하지 못했을까? 

‘어린자식이 엄마가 보고 싶어 울었다’는 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생각하고 있다. 저 마음의 그늘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울고 있는 병구를 한참 진정시키고 나서, 김피디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

       “18살에 병구를 낳았어요, 그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당장 돈을 

        벌어야 했어요. 친구 엄마에게 생활비를 주면서 1년 정도 맡겼어요. 

        친구 엄마가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해서 입양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 때는 새 엄마가 아버지 집에 같이 살았는데 새 엄마에게 아들을 맡기기는

        죽기보다 싫었거든요. 새엄마가 싫어서 집을 나왔는데..

        친구 엄마에게 다시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울면서 애원을 했죠. 그래서 

        거기에 2년 더 있고, 다른 친구 집에 1년 있다가 이집 저집.. 병구는 떠돌이 

        생활을 한 거죠. 저는 이유도 모르고..

        그러다 아버지가 새엄마랑 헤어지고 병구를 맡아 주신 거죠“


친정아버지가 못 키우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병구랑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선택은 잘 된 것일까? 

이 집에서 유일하게 아들의 손을 잡고 있는 엄마의 손이 위태로 워 보인다. 


알면 알수록 서로 간에 깊은 상처가 새겨 진 이 가족! 

이 가족은 정말 달라 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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