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경, 당시 유행하던 소셜 미디어에 학교 동창 하나가 올린 소식에 우리들은 들썩였다. 우리 동네에 엔제0너스가 생긴다니! 그 소식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던 우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까지 커피는 다방에서나 파는 거였고 그러니까 젊은 우리들은 고향에 내려오면 밖에 앉아 커피를 홀짝일 일도 없었던 거였다.
그리고 십 년 후, 유명 버거집이 생기고 말았다. 이 버거 프랜차이즈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내 얘기는 아니고 고등학교 선배 이야기인데. 당시 지나가던 타지 사람 하나가 '여기 롯00아 어디로 가야 해요?'라고 묻자 버거집 하나 없는 시골에 산다는 게 부끄러워서 없다고도 말 못 하고 아무 방향이나 알려주었다는 그 전설의 버거 프랜차이즈가 아닌가. 나는 이때를 기점으로 내 고향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제 여기도 정말 도시가 다 되었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니까 도시에서 자고 나란 사람들이 보기엔 여전히 시골이라 할지 모르겠다. 초밥집, 스테이크하우스, 뷔페가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서 불편함을 느껴본 적도 없지만(그래도 파스타를 파는 양식집은 있다) 가끔씩 읍내에 출몰하는 푸드트럭 사장님들이 한 번 오고 다시는 재방문하지 않을 때에는 조금 아쉽긴 하다.
밥 하기 싫은 날이면 차로 5분이면 읍내 어디든 갈 수 있으면서 괜스레 배달어플을 켜 보고는 수많은 '텅' 메시지를 마주하고 다시 어플을 끄곤 한다. 치킨집은 배달어플에 등록이 안 된 곳이 더 많아 결국 전화주문을 할 때도 많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집이 읍내와 떨어져 있어 치킨 배달이 안 되었기 때문에 직접 가지러 가야 했다. 그래, 집에서 배달이 되는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하자. 그래도 치킨집의 종류는 꽤 다양한 편이어서 우리는 치킨의 민족임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서 치킨만큼의 선택지를 갖춘 외식 메뉴가 있다면 소고기가 있다. 이 지역에선 소를 꽤 많이 기르는 편이어서 돼지고기보다 소고기 먹을 일이 많았다. 식당도 소고기 파는 집이 더 많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해서 다른 도시로 나가 소고기를 먹는 일은 없다. 물론 맛도 품질도 보증합니다.
어찌 되었든 사람 사는 곳이니 이런저런 외식 메뉴가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래도 식당의 타겟 연령층이 중장년층 이상이라는 점에서 나 같은 젊은이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햄버거를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시대가 마침내 왔으니까 곧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도 생기지 않을까?
내가 사는 아파트 앞 택지 개발지구에 한창 짓고 있는 건물이 있다. 층고를 높게 빼고 외벽을 벽돌로 장식해서 나름대로 외관에 신경을 쓴 건물인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신랑은 레스토랑 건물 같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동네에서 레스토랑이라니, 곧 망하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레스토랑이 생겼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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