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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모솔새 Jun 03. 2021

시골에도 카페는 많으니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도 나는 카페에 가는 걸 좋아했다.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잘 꾸며진 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이것저것 할 일을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집과 학교만을 반복하다시피 했으니 그건 대도시에 처음 가서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내 고향에 젊은 애들이 갈 만한 카페가 없기도 했다. 생과일주스를 먹으며 그네를 타는 그 카페에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가야 했다. 다행히 내가 귀향해서 직장을 얻을 무렵에는 카페가 꽤 많아졌고 그 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어서, 나의 카페 유랑은 계속되고 있다. 


달리 백화점이나 영화관이 있는 게 아니니 여기서는 카페만큼 놀러 가기 편한 장소도 드물다. 시골이라지만 지금은 사랑방에서 손님을 맞는 시대도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카페가 이렇게나 많은 것도 이해가 된다. 아빠는 새로 카페가 생길 때마다 저게 다 장사가 되냐고 하시지만, 한 번 생긴 카페는 잘 없어지지 않는 편이다. 사장님들의 상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커피를 열심히 사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괜찮은 게 아닐까? 그게 바로 나라는 건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저렴한 테이크아웃 전문 프랜차이즈부터 로스팅 전문 카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인스타에서 볼 수 있는 주문제작 포토케이크를 판매하는 곳도 있고 반려동물을 뛰놀게 할 잔디밭이 있는 카페도 있다. 그중에서도 시골 살아서 이럴 땐 참 좋다 싶은 건 정원이 있는 카페에 갈 때다. 읍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면 정말 한적한 풍경 속 잘 꾸며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그 뒤로 보이는 배경도 만족스럽다. 어지러이 얽힌 전선과 회색빛 건물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계절별로 변하는 논밭과 산이 펼쳐져 있다. 멀리서 그 카페를 찾아온 사람들과 한 공간에 앉아 있을 때면, 괜히 으쓱한 감정이 들곤 한다. 여기 동네 카페 수준이 이 정도야! 하고.

 

여기에 카페는 충분히 많지만 조금쯤 아쉬운 게 있다면 디카페인 커피를 취급하는 곳이 적다는 점이다. 여기서 내가 가 본 카페가 서른 곳 정도 되는데(그렇다, 내 용돈은 대부분 커피값으로 나간다)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건 두 군데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들려온 희소식. 내가 사는 아파트 앞 빌딩 1층에 디저트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가 들어온다는 게 아닌가. 마침 그 브랜드는 디카페인 커피도 판매한다. 이제 밤낮으로 커피 마시기가 더 쉬워졌다. 


이번 주엔 어느 카페에 갈지 고민하며 생각한다. 시골이지만 카페는 많으니까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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