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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모솔새 May 31. 2021

시골 살며 외식하기

201X년 경, 당시 유행하던 소셜 미디어에 학교 동창 하나가 올린 소식에 우리들은 들썩였다. 우리 동네에 엔제0너스가 생긴다니! 그 소식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던 우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까지 커피는 다방에서나 파는 거였고 그러니까 젊은 우리들은 고향에 내려오면 밖에 앉아 커피를 홀짝일 일도 없었던 거였다.


그리고 십 년 후, 유명 버거집이 생기고 말았다. 이 버거 프랜차이즈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내 얘기는 아니고 고등학교 선배 이야기인데. 당시 지나가던 타지 사람 하나가 '여기 롯00아 어디로 가야 해요?'라고 묻자 버거집 하나 없는 시골에 산다는 게 부끄러워서 없다고도 말 못 하고 아무 방향이나 알려주었다는 그 전설의 버거 프랜차이즈가 아닌가. 나는 이때를 기점으로 내 고향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제 여기도 정말 도시가 다 되었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니까 도시에서 자고 나란 사람들이 보기엔 여전히 시골이라 할지 모르겠다. 초밥집, 스테이크하우스, 뷔페가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서 불편함을 느껴본 적도 없지만(그래도 파스타를 파는 양식집은 있다) 가끔씩 읍내에 출몰하는 푸드트럭 사장님들이 한 번 오고 다시는 재방문하지 않을 때에는 조금 아쉽긴 하다.


밥 하기 싫은 날이면 차로 5분이면 읍내 어디든 갈 수 있으면서 괜스레 배달어플을 켜 보고는 수많은 '텅' 메시지를 마주하고 다시 어플을 끄곤 한다. 치킨집은 배달어플에 등록이 안 된 곳이 더 많아 결국 전화주문을 할 때도 많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집이 읍내와 떨어져 있어 치킨 배달이 안 되었기 때문에 직접 가지러 가야 했다. 그래, 집에서 배달이 되는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하자. 그래도 치킨집의 종류는 꽤 다양한 편이어서 우리는 치킨의 민족임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서 치킨만큼의 선택지를 갖춘 외식 메뉴가 있다면 소고기가 있다. 이 지역에선 소를  많이 기르는 편이어서 돼지고기보다 소고기 먹을 일이 많았다. 식당도 소고기 파는 집이  많은  같다. 가격도 저렴해서 다른 도시로 나가 소고기를 먹는 일은 없다. 물론 맛도 품질도 보증합니다.




어찌 되었든 사람 사는 곳이니 이런저런 외식 메뉴가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래도 식당의 타겟 연령층이 중장년층 이상이라는 점에서 나 같은 젊은이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햄버거를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시대가 마침내 왔으니까 곧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도 생기지 않을까?


내가 사는 아파트 앞 택지 개발지구에 한창 짓고 있는 건물이 있다. 층고를 높게 빼고 외벽을 벽돌로 장식해서 나름대로 외관에 신경을 쓴 건물인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신랑은 레스토랑 건물 같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동네에서 레스토랑이라니, 곧 망하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레스토랑이 생겼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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