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마담, 예스 양자경!

“여러분이 한물갔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by Rosary

3월 14일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양자경은 1962년생, 어느새 환갑에 이르렀다. 그녀의 첫 번째 전성기는 1985년부터 시작된 예스마담 시리즈일 것이다. 홍콩영화가 인기를 끌던 1980년대 중후반 미스 말레이시아 우승을 계기로 연예계에 입성한 그녀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성룡, 이연걸과 함께 홍콩 액션영화의 흥행을 주도했다. 수년간 예스마담의 주인공으로 시리즈 성공의 주역이 되었다.


1990년대까지 주로 액션영화에 출연했던 그녀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홍콩 영화의 쇠퇴와 함께 존재감이 줄어들었지만 할리우드 진출로 새로운 도약을 한다. <007 네버다이. 1998> 본드걸을 시작으로 <와호장룡. 2000>, <게이샤의 추억. 2006> 등에 출연하며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중년 여배우가 영화계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이제 슬슬 은막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수순에 접어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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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2018>,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2021>에서 양자경은 여전한 저력을 보여 주었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에서 인생배역인 에블린 역할을 만나면서 40여 년 연기 경력의 내공을 집약한 연기를 펼쳤다. 세상을 구해내는 아시아 이민자 가족의 어머니 역할을 그녀보다 더 잘 해낼 배우가 또 있을까.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중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영화계에서는 양자경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측했을 만큼 그녀의 원맨쇼는 인상적이었다.


청춘이 저물고, 중년에 접어들면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 훨씬 많아지기 마련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나고,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구나 싶어 우울하고 침체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인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된 61세의 양자경의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2021년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보다 어쩌면 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Don’t let anybody tell you are ever past your prime.”이라는 수상소감은 물론 양자경이니까 가능한 말이었겠지만 다소 무기력한 중년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묵직한 울림이 되었을 것이다.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던 예스 마담 시절을 기억하는 왕년의 홍콩 영화팬들은 양자경의 이번 수상 소식을 접하고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때 그 날렵했던 여형사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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