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을 참칭 하는가?
영화 <미스트>의 분노유발자 카모디 부인
지난 3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의 기상천외한 만행과 종교에 빠져 허우적대는 신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충격을 주었다.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등 수차례 시사다큐 프로그램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었나 싶기도 하지만 공중파를 통해서는 제한된 장면만 방송이 가능했고, 젊은 세대인 2030들에게는 생소해서 더 놀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디 하나 존경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사이비 교주들이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홀려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거나, 돈을 강탈하거나, 온갖 죄악을 저지르는데도 그의 신도들은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사이비 종교에 매몰되는 과정은 상식적인 사람의 시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서 외면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새벽에 잠이 깨서 다시 잠들기는 틀려버린 것 같아 영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보기 시작한 영화 <미스트. 2007>에서 이런 의문점이 풀렸다. 스티븐 킹의 짧은 소설을 영화화한 <미스트>는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안개가 몰려오고 마트에 고립된 사람들이 안갯속에서 나타난 괴물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는 그 안개가 무언지, 괴물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전혀 설명이 없이 끝나버리지만 ‘고립’에서 느끼는 공포와 광기를 밀도 있게 묘사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답답한 고구마 전개가 이어지는 와중에 불안하고 두려운 사람들을 기가 막히게 조련하는 광신도 카모디 부인 때문에 스트레스가 정점을 찍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괴물들의 공격만으로도 벅찬 사람들에게 성경을 줄줄 읽으면서 죄를 뉘우쳐야 한다, 심판에 대비해야 한다며 불안을 조장하는데 이성적으로 상황을 극복하려는 리더가 아닌, 만신과도 같은 카모디 부인에게 자신들의 삶을 의탁하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은 왜 사람들이 종교에 빠져드는지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만한 설정이었다.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을 때 이성적으로 이를 이겨내려 하기보다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안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하는 일마다 실패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 불안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성적인 장치가 모두 무너진 상태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현혹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을 믿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엉뚱한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하는 이상심리가 발동하는 과정을 영화 <미스트>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계시나 도움보다는 스스로 믿을 만하고 강한 존재임을 인지하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