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Nov 29. 2022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포인세티아가 내게 알려준 것

2020년 9월, 건강하셨던 아버지가 밭은기침을 시작하셨고, 좀처럼 기침이 멈추지 않아 평소 다니시던 동네병원을 가셨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면서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부탁하셨다. 고령이셨지만 평소 건강 관리는 잘하셨고,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돌아온 이야기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2주 후 어머니의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 어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어머니 역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의 동시에 내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큰 시련과 고통 없이 평탄하게 살아왔는데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한꺼번에 찾아와 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그해 11월 초에 스스로도 삶을 정리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그해 겨울은 너무나 쓸쓸하고 추운 날들이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꽃집에서 내놓은 포인세티아에 마음을 빼앗겨 작은 화분을 사 왔다. 평생 해로한 아버지를 떠나보낸 허망함에 반쯤 넋을 놓으셨던 어머니가 이 포인세티아를 보고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셨다.

꽃 사는 게 제일 아깝다고 타박하던 엄마였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봄에 피는 진달래, 가을 무렵 코스모스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좋아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시들면 버리는 꽃이 제일 아깝다고 했던 말씀을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꽃은 절대 사지 않던 나의 어리석은 고지식함을 자책했다. 그 후로 겨울엔 시클라멘, 안스리움, 꽃기린 등을 사 왔고, 여름엔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화분에 심었더니 떡잎이 나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떠나고 그렇게 1년을 내 옆을 지켜주셨던 어머니 역시 지난해 추석 즈음 먼 길을 떠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후회, 슬픔, 그리움, 외로움의 감정이 가득하지만 그런 마음들은 뒤로 하고 이제는 오롯이 나만이 견뎌야 할 시간들이 남아있다. 


마음이 약해지면 부모님이 원하는 나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분들이 원하는 모습에 최대한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이전 18화 엄마의 시금치나물 따라 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