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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Sep 19. 2023

엄마의 시금치나물 따라 하기

우리 가족의 단란한 한 때가 떠오르는 음식

평소 채소 구입은 단골 채소가게를 이용한다. 대형마트는 채소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특별히 품질이 좋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서 가능하면 채소가게를 이용한다. 채소가게에서 채소를 구입할 때는 날씨에 따라 가격변동이 상당한 걸 감안해서 그때그때 저렴한 것들을 구입한다. 제철 채소를 아침에 들여와서 소진하면 영업이 끝나기 때문에 저렴하게 싱싱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 채소가게에서 장보기는 언제나 만족스럽다.


마트에서는 4천 원 이상인 셀러리가 채소가게에서는 5월엔 한단에 천 원 정도로 저렴해서 샐러드에도 넣고, 피클도 만들어서 실컷 먹었는데 6월쯤 되니 셀러리가 자취를 감추었다.  파프리카도 가격 변동이 큰데 저렴할 때는 4~5개에 2천 원 정도일 때는 자주 사 오고, 또 가격이 오르면 오이고추 같은 걸로 대체하기도 한다. 오이나 가지는 1년 내내 저렴해서 채소가게에 갈 때마다 사 오는 식재료다. 폭우가 몇 차례 쏟아진 후 당근 가격이 많이 올랐다. 5~6개 정도에 3천 원 정도에 구입했는데 요즘엔 5천 원 이상 하는 것 같다. 


작년에 가격이 많이 오른 시금치는 계속 비싸서인지 동네 채소가게에는 아예 보기가 힘들어졌다. 시금치는 미네랄과 철분이 풍부한 데다가 된장국에 넣어도 맛있고, 나물로 무치거나, 기름에 볶아 먹어도 맛있긴 해도 시금치 한 단을 사서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워 자주 사다 놓는 식재료도 아니어서 사본 지 오래인데 엄마 기일이라 마트에 갔더니 4,980원… 5천 원 돈이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내가 먹고 싶었으면 가볍게 지나쳤을 텐데 제사상에 올릴 거라 사긴 샀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엄마는 시금치나물을 참 맛있게 무치셨다. 엄마의 비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팔팔 끓는 물에 채소를 데치는 게 아니라, 그냥 넣었다 빼서 뻣뻣함만 없애고 채소의 싱싱함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끓는 물에서 건져낸 채소는 꼭 짜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간장을 넣으면 물기가 생기므로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당근을 가늘게 채 썰어 넣고, 쪽파를 쫑쫑 썰고, 다진 마늘을 약간 넣어 가능한 짧은 시간에 조물조물 무친다. 마지막에 들기름과 깨소금을 넣으면 맛있는 시금치나물을 뚝딱 만들 수 있다. 

파릇파릇한 색감으로 완성한 시금치나물

나물을 좋아하면서도 혼자 먹자고 나물 요리를 하는 건 번거로워서 채소요리는 샐러드로 대신한다. 오이, 당근, 양배추, 상추, 토마토, 양파…. 집에 있는 것들 몇 가지 썰어서 요구르트에 버무려내면 맛있고 간단하게 여러 가지 채소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물은 명절이나 부모님 제사 때나 먹는 음식이 되었다. 파릇파릇한 시금치나물을 보면 웃음이 떠나지 않던 우리 가족의 단란한 한 때가 떠올라서 괜히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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