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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24. 2023

여름 아이

옥수수와 사이다

어머니는 한 여름에 나를 낳으셨다. 나는 내 생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내 생일은 언제나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여서 친구들과 떠들썩한 생일 파티를 해본 적도 없고, 여름에는 선물로 사줄 만한 것도 마땅치 않아 선물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 겨울이 생일인 친구들에게는 ‘겨울아이’라는 낭만적인 주제곡도 있었고, 따뜻한 털모자나 장갑을 선물로 주고받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철없던 시절 생일만 돌아오면 엄마에게 ‘엄마는 왜 날 여름에 낳았어? 겨울에 낳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투정을 하곤 했다. 돌이켜 보면 여름에 출산하느라 고생한 엄마에게 할 소리가 아니었는데 그때는 참 철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뜨거운 여름을 보내면서 만삭의 몸으로 여름을 보낸 엄마가 얼마나 고생스러웠을지, 그렇게 고생해서 낳은 아이를 또 평생 얼마나 아끼고 귀하게 여기셨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그런 엄마의 사랑을 반의 반도 갚지 못했으니 후회만 남는다. 


엄마는 입덧을 심하게 하셔서 임신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와중에 사이다만 넘길 수 있어, 사이다를 많이 드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너 가졌을 때 사이다만 그렇게 많이 마셔서 네가 톡톡 쏘나 보다.”라는 말씀을 웃으면서 하셨다. 생각해 보니 엄마는 평소에는 사이다를 그렇게 많이 드시는 편이 아니었는데 돌아가시기 전 사이다를 많이 찾으셔서 냉장고에 항상 사이다를 챙겨 놓곤 했었다. 


여름이면 엄마는 간식으로 찰옥수수를 즐겨 드셨다. 나도 옥수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지금은 먹지 않는다, 아니 차마 먹지 못한다. 엄마가 좋아하셨던 거라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옥수수를 사다 드리면 환하게 웃으면서 아이처럼 좋아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가 진짜 여름 아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옥수수를 쳐다만 봐도 엄마 생각이 나서 한창 제철이라 옥수수가 많이 보이면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다. 


얼마 전 엄마 생신에도 아침에는 미역국을 못 끓였지만 저녁에는 미역국을 끓여먹으면서 엄마 생신을 기억했다. 내 생일이야말로 미역국을 꼭 끓여 먹어야 할 것 같아 일부러 장을 봐서 정성껏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여전히 옥수수는 보기 힘들지만 내 생일은 꼬박꼬박 잘 챙기고 스스로 잘 돌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엄마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 엄마여서 더없이 좋았고, 정말 고마웠어, 많이 그립지만 잘 견뎌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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