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아즈하르 모스크에서의 망중한

오래된 여행 사진 속의 카이로

by Rosary

오래된 여행 사진 파일을 정리하다가 이집트에서 찍은 사진들은 유난히 햇빛이 쨍쨍한 날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연일 폭염으로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사진을 보니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여행하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3주간의 이집트 여행 중 1주일 정도를 카이로에서 지냈는데 여행하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한 번씩 들렸던 곳이 알 아즈하르 모스크였다. 알 아즈하르 모스크는 카이로 관광의 중심인 칸 알 칼릴리 시장 근처에 있는 모스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카이로를 돌아다닐 때 모스크 위에 뾰족한 미나렛(모스크에서 하루 다섯 차례 기도시각에 아잔의 시구를 낭송하는 첨탑)을 보고 길을 찾곤 해서 카이로 관광객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알 아즈하르 모스크는 파티마 왕조 시절인 972년 카이로 최초로 준공한 유서 깊은 모스크로 정통시아파 모스크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아파를 이단으로 규정하던 아요브 왕조 시절 모스크는 폐쇄되었다가 맘루크 왕조, 오스만 제국 시대를 거쳐 재건축과 증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알 아즈하르 모스크는 외부에서는 건물이 어떤 모양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4개의 미나렛의 모양이 전부 달라 각각 다른 시기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미나렛 벽면을 장식하는 아라베스크 문양과 기하학적 문양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모스크의 왼쪽은 마드라사(학교)가 연결되어 있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 가끔 이용했던 기억도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모스크 가장자리는 아름다운 지붕이 있는 회랑이 있고 중앙에는 하늘이 보이는 뻥 뚫린 실외공간이고 바닥은 눈부시게 하얀 대리석이 깔려있다. 알 아즈하르 모스크 기도 공간에 들어가기 전 수돗가에서 얼굴과 발을 정성스레 씻는 무슬림들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딱히 기도를 하러 오지 않더라도 더위를 피해 모스크를 찾은 사람들이 회랑 안쪽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가운데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공간에 앉아 다음 여정을 계획하고 여행의 망중한을 즐기는 건 대부분 여행객들이었다. 그곳에 앉아 있으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말없이 조용히 사색에 빠지게 되어 공간이 주는 신비한 힘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알 아즈하르 모스크에서의 한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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