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지만…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에 출근을 앞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울적해진다. 설이나 추석 같은 길고 달달한 연휴를 보내도 출근이 다가오는 전날은 하루만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10여 년 전부터 출퇴근을 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휴일이나 휴가의 개념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일요일 저녁 시간은 괜스레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1년의 안식년 겸 휴가를 쓴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출근하고 싶지 않냐고 물었더니 무려 1년을 쉬고도 너무 아쉽다고 한다. 그 1년 동안 여행도 많이 다니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배우고, 운동도 열심히 했음에도 출근은 하기 싫단다. 하긴 출근을 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진 나 역시 이제 다시 출근을 하라고 한다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직장을 다니지 않을 뿐 하루의 루틴이 나름 빼곡하다 보니(?) 그런 일상의 변화가 생기는 건 반갑지 않으리라.
그래도 주 5일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주 6일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에게 일요일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을 것이다.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부족한 잠을 자면서 하루를 보내는 단 하루지만 일요일의 쓰임새는 유용하다. 어떤 이들은 일요일조차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시간을 보내야 해서 차라리 일하러 가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제일 안쓰러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의미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일요일엔 절대적으로 집을 사수하는 길을 택한다. 벼르고 별러서 주말에 쇼핑을 가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카페를 가는 사람들과 절대적으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주말과 일요일은 주 5일 혹은 주 6일 근무자들에게 철저히 나들이 공간을 양보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나는 보통 일요일에 하루종일 집안일을 한 후 월요일에 장보기를 하거나 나들이를 할 생각에 일요일 저녁에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나서 그런가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더위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불볕더위가 지겨우면서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쓸쓸해져서 싫은 기분이 든다. 추석이 지나면 금세 크리스마스가 오고, 크리스마스 지나면 해가 바뀌고 설날이 되는 몇 달의 시간이 짧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이 기간에는 내 저녁시간을 함께 하는 야구도 없이 보내야 한다.
매일 야구를 본다는 어떤 여배우가 “야구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스포츠다. 매일 혼자 집에 가면 6시 30분에 저녁 먹을 때 혼자 밥 먹으면서 야구를 본다.”라고 하는 걸 보고 나 역시 혼자 남은 후 더 야구를 좋아하게 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올해는 일찌감치 비시즌 계획을 세워두었다. 야구시즌이 끝나면 수영을 시작할 생각이다. 매번 하는 잠수에서 벗어나, 자유형도 하고 배영도 배우면서 알차게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