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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13. 2023

일요일이 가면 월요일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지만…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에 출근을 앞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울적해진다. 설이나 추석 같은 길고 달달한 연휴를 보내도 출근이 다가오는 전날은 하루만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10여 년 전부터 출퇴근을 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휴일이나 휴가의 개념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일요일 저녁 시간은 괜스레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1년의 안식년 겸 휴가를 쓴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출근하고 싶지 않냐고 물었더니 무려 1년을 쉬고도 너무 아쉽다고 한다. 그 1년 동안 여행도 많이 다니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배우고, 운동도 열심히 했음에도 출근은 하기 싫단다. 하긴 출근을 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진 나 역시 이제 다시 출근을 하라고 한다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직장을 다니지 않을 뿐 하루의 루틴이 나름 빼곡하다 보니(?) 그런 일상의 변화가 생기는 건 반갑지 않으리라.


그래도 주 5일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주 6일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에게 일요일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을 것이다.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부족한 잠을 자면서 하루를 보내는 단 하루지만 일요일의 쓰임새는 유용하다. 어떤 이들은 일요일조차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시간을 보내야 해서 차라리 일하러 가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제일 안쓰러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의미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일요일엔 절대적으로 집을 사수하는 길을 택한다. 벼르고 별러서 주말에 쇼핑을 가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카페를 가는 사람들과 절대적으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주말과 일요일은 주 5일 혹은 주 6일 근무자들에게 철저히 나들이 공간을 양보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나는 보통 일요일에 하루종일 집안일을 한 후 월요일에 장보기를 하거나 나들이를 할 생각에 일요일 저녁에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나서 그런가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더위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불볕더위가 지겨우면서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쓸쓸해져서 싫은 기분이 든다. 추석이 지나면 금세 크리스마스가 오고, 크리스마스 지나면 해가 바뀌고 설날이 되는 몇 달의 시간이  짧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이 기간에는 내 저녁시간을 함께 하는 야구도 없이 보내야 한다.


매일 야구를 본다는 어떤 여배우가 “야구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스포츠다. 매일 혼자 집에 가면 6시 30분에 저녁 먹을 때 혼자 밥 먹으면서 야구를 본다.”라고 하는 걸 보고 나 역시 혼자 남은 후 더 야구를 좋아하게 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올해는 일찌감치 비시즌 계획을 세워두었다. 야구시즌이 끝나면 수영을 시작할 생각이다. 매번 하는 잠수에서 벗어나, 자유형도 하고 배영도 배우면서 알차게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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