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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14. 2023

맛없는 음식에 마음이 상한다는 것

우리 동네 순대맛집은 하필 월요일이 휴무일이었을까.

예전에는 먹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2~3년 전부터는 특별히 뭐가 먹고 싶은 게 없어졌다. 분식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시기부터 그다지 끌리지 않더니 주기적으로 당기는 짜장면이나 떡볶이 같은 메뉴들도 먹어 본 지 5~6년은 된 것 같다. 야식으로도 즐겨 먹던 라면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4~5개짜리 한 팩을 사면 유통기한 임박까지_아마도 반년쯤?_ 먹을 정도로 입맛이 싹 달라졌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갑자기 순대가 몹시 먹고 싶은 이상신호가 나타났다. 순대를 먹은 지도 반년 이상된 것 같은데 우연히 들른 동네 순댓국집이 상당히 맛집이어서 포장을 한두 번 해온 적이 있었다. 토종순대(8천 원)도 제대로 만들어서 맛있지만, 예전 시장에서 팔던 당면순대가 생각나는 찰순대(5천 원)도 쫄깃하니 맛있었다. 


어찌나 순대가 당겼는지 얼른 자전거를 타고 순대를 사러 가는데 무더워도 날씨는 참 좋았다. 룰루랄라 그 집에 도착했는데 입구는 굳게 닫혀있고, 월요일 정기휴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내가 뭔가 먹고 싶은 생각이 든 게 1년에 몇 번 없는 일인데 하필이면 오늘이 휴무일이라니… 발길을 돌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른 순대전문점에 들러본 게 화근이었다. 


이 집 역시 토종순대(1만 원… 비싸다)와 찰순대(5천 원)가 있어 사 와서 반신반의 마음으로 포장을 뜯었는데… 이럴 수가 놀랍게도 뭐가 토종순대고, 뭐가 찰순대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가격이 두 배 차이나 나는데 냄새도 구분이 안되고(심지어 냄새가 좋지 않았다) 모양이나 맛도 구분이 안되었다. 이 정도인데 장사가 되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걸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동네에 순대 음식점이 많은데 사람들이 오늘 휴일이었던 그 집만 가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어쩌다 입맛이 동했는데 하필이면…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맛은 잘 아는 편인데 이렇게 맘 상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맛없는 순대를 먹었더니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려서 저녁은 그냥 거르고 말았다. 


오기를 발휘하여 내일 그 맛있는 순대를 먹고야 말겠어 싶다가도, 당분간 순대는 꼴도 보기 싫기도 하다. 이럴 땐 어느 쪽이 강한 영향력을 작용할까…  생각해 보니 사소한 거에 마음이 상한 지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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