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문의 당당한 자태

독일에서 로마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도시, 트리어

by Rosary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꿈꾸고, 실제로 많이 떠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보니 기독교, 역사, 미술에 대한 이해부족이 그 원인이지 않나 싶다. 이 3가지 키워드를 놓쳐서는 유럽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3개월간 유럽의 35개 도시를 여행했던 배낭여행을 돌이켜보면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도시의 구성과 볼거리가 거의 동일해서 다니다 보면 거기가 거기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기차역-광장-강-교회 대부분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보니, 단기간의 유럽여행에서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모습이 단조롭게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 미술에 대한 공부를 하고 도시를 들여다보면 각 도시마다 뚜렷한 개성과 특징을 찾아낼 수 있는데 트리어가 바로 그 대표적인 도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독일 도시라면, 베를린, 프랑크프루트, 뮌헨 정도이고 9박 11일 정도의 빡빡한 일정으로는 다른 도시를 돌아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물론 바이에른 지방의 로맨틱 가도 버스 여행을 가는 분들도 있고, 북쪽의 함부르크, 뤼벡 같은 도시를 둘러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프랑스 국경 지대인 라인강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독일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멋진 도시들이 여럿 있다. 특히 트리어(Trier)는 로마시대의 유적이 가장 많은 유럽의 도시로 알려져 있어 유럽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트리어에 살고 있는 친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학창 시절 역사탐방을 위해 방문하는 곳으로, 특정한 시기에는 학생관광객들로 온 도시가 들썩인다고 한다.

0826 roma.jpg 로마 황제의 목욕탕과 원형극장_Home - Tourist-Information Trier (trier-info.de)

기원전 4세기경 게르만족의 하나인 트레베리족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원전 15년 경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로마의 마을이 건설되었다. 트리어의 상징인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 검은 문)는 로마시대의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방문자들을 맞고 있다. 포르타 니그라는 4세기 경 이 도시의 성문 역할을 했다는데 그 포스가 대단하다. 이밖에도 황제의 목욕탕, 1세기에 만들어진 원형극장 등이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 않고 남아 있다.


트리어 중심에 있는 대성당은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성이었던 곳에 지어진 성당으로 처음에는 현재보다 4배 정도 큰 규모였다. 성당 입구의 화강암 기둥과 성벽은 이 성당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데 5세기와 9세기에 파괴된 바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1964년~1974년에 복구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트리어를 상징하는 또 다른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 315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church.jpg 대성당 & 성모 마리아 성당_Home - Tourist-Information Trier (trier-info.de)

며칠 동안 트리어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집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있는 걸 보게 되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칼 마르크스의 생가였다. 『공산당 선언』,『자본론』 등 현대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한 사상가의 흔적을 돌아보기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의 필수코스라고 한다. 단지 이곳을 보기 위해 독일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오다가다가 우연히 들른 것이다.


트리어는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국경과 맞닿아 있어 주위 나라를 여행하기에도 유리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트리어는 독일여행을 할 때 한 번쯤 눈여겨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매력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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