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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Sep 13. 2023

리비아 대홍수, 불평등한 기후재난

세계 곳곳을 파괴하는 기상이변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이면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면서 재산과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기상이변은 대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두려워진다. 


작년 여름 1천여 명 이상 사망자와 이재민이 3300만 명이 발생했던 파키스탄 대홍수 영상을 보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셰리 레흐만 기후변화부 장관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도 않는 나라임에도 기후재난에 직격탄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진국에서 생활의 편의를 위해 배출되는 엄청난 온실가스로 인해 엉뚱한 곳에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현실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KBS 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2022.09.03. 방송

지난 주말 리비아 동북부 해안도시 데르나에서 집중폭우가 쏟아져 5300명의 사망자와 1만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피해가 커진 건 엄청난 비의 양을 견디지 못한 인근 댐 2개가 연달아 붕괴하면서 순식간에 물이 시내로 쏟아져 들어와 미쳐 피할 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휩쓸려 떠내려갔다는 것이다. 


거리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족의 시신을 찾기 위해 거리에 방치된 시신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과 시신이 너무 많아 신원확인을 거쳐 유족에게 인계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집단매장되고 있는 모습이 외신에 포착되었는데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이다.


리비아 대부분 지역은 사막과 흡사한 기후이지만 동북부 지역은 바다에 면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여서 살기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는 도시의 4분의 1이 사라져 버렸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의 리비아 국민군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여서 피해 규모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우로 인해 도시가 파괴된 모습

엄청난 재난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불안한 내부 정세 때문에 체계적인 사고 수습이 어려워 국제사회의 인도적 도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리비아 국민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내전과 테러만 반복되는 나라에서 태어나 국민의 최소한의 생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비극은 언제나 끝을 맺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생활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교적 개발이 안된 나라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물과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 새삼 깨닫게 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던가 싶게 또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한쪽에서는 기후 대재난으로 고통을 당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 고통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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