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만난 10개 구단의 미래
프로야구팬이 야구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군 경기를 매일 본다.
- 퓨처스(2군) 경기도 틈틈이 챙겨본다.
- 고교야구, 대학야구 등 아마추어 경기도 보기 시작한다.
-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팀의 미래를 결정하는 2024 KBO 신인 드래프트가 14일 오후 2시에 열렸다. 리그의 균형 발전을 위해 리그 순위가 낮을수록 성적이 우수한 선수들을 먼저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시즌 중 하위권팀팬들이 가장 즐거운 날이기도 하다. 드래프트가 중요하긴 해도 절대적인 건 아닌 것이 상위 라운드 선수들이 반드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하위 라운드에서 뽑힌 선수들이 역전 만루홈런을 쳐내는 경우가 역설적이게도 드래프트의 묘미라고 보는 이유다.
90억 원의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고 한화로 이적하기 전 채은성이 라인업에 있던 작년까지 LG 타선 9명 중 중심타선에서 활약했던 3명(박해민, 김현수, 채은성)이 신고선수(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계약금 없이 프로팀에 입단한 선수) 출신이지만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가 되었다. 올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문성주(2018 2차 10라운드 97순위), 신민재(2015 두산 신고선수)도 막차로 선발된 선수들이지만 현재 LG 트윈스에서 천금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반면 1차 지명(2022년 폐지)이나 1라운드에서 뽑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소리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도 상당수다. 프로야구 1군 엔트리는 28명(투수, 야수 포함)인데 각 구단마다 매년 11명씩의 신인선수를 선발한다. 경쟁자가 매년 11명씩 쌓이는 것이다. 이들이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의 연속이고, 몇 년 안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
LG 트윈스의 영구결번(9번) 이병규 선수(현 삼성 라이온즈 타격코치)의 아들 이승민(휘문고) 선수는 2024 KBO 드래프트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었다. 어느 팀에 지명될지 관심을 모았던 이승민 선수가 SSG 랜더스 2라운드 20순위로 지명을 받은 직후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아왔는데 SSG 랜더스에 지명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가 필요한 팀에 가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SSG 랜더스에서 제 꿈을 마음껏 펼쳐보겠습니다.”라는 당찬 대답을 내놓았다.
올해도 투수들의 강세가 뚜렷했지만 예년과 달리 즉시 전력으로 뛸 수 있는 대졸 선수의 지명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었다.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이제 프로라는 무한경쟁세계에 뛰어든 만큼 입단하는 순간 순번의 의미는 사라진다는 걸 명심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해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뛰었던 선수들 중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낙담할 수도 있지만, 올시즌 대졸 선수가 대거 뽑힌 것처럼 프로의 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홍창기, 문성주도 대졸 선수로 늦게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LG 트윈스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핵심자원으로 활약 중인 것만 봐도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각 구단의 미래를 빛낼 패기 만만한 젊은 선수들의 당찬 포부와 다짐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드래프트가 끝났다. 오늘 뽑힌 선수들이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면서 멋진 프로선수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