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만만하지 않은 자영업에 뛰어들려고 한다면…
동네에 자주 가는 카페는 두 가지 이유로 발걸음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디저트나 커피가 진짜 맛있거나, 사장님이 친절하거나… 음식점은 순수하게 맛집이라서 가게 되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손님을 신경 쓰는 사장님의 인간적인 매력도 단골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요즘이다.
근처 카페의 디저트들과 비슷한 가격인데 퀄리티가 정말 두 단계는 상회하는 수준이라 자주 찾게 되는 카페에 1년 반 넘게 꾸준히 다녔다. 그 정도 다녔으면 단골이라고 할 만도 한 데 갈 때마다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다르길래 알바겠거니 싶었고, 작은 카페라서 항상 포장해서 가져오곤 했다. 그런데 한 달 전쯤인가 주문한 디저트를 계산하려는데 카운터에 있는 분이 말을 걸었다.
“지난번에도 자전거 타고 오시지 않았어요?”
1년 반을 다녔지만 내게 말을 거는 분이 처음이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 네… 늘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아, 그러세요? 자주 오셨나 보군요.”
하길래, 나도 모르게 이렇게 묻고 말았다.
“네, 1년 반쯤 된 것 같은데 말 시키는 분은 처음이네요. 혹시 사장님이세요?”
“네, 맞아요. 제가 사장입니다. 이제부터 이곳 매장은 제가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도 매장이 있는 카페여서 우리 동네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상주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수요일만 빼고 영업을 하던 카페가 목금토 3일만 영업하는 걸로 바뀌어서 무슨 사정인가 했더니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려고 한 듯하다. 2주에 한 번쯤 가던 카페였는데 사장님 직영(?)으로 바뀌고나서부터 1주일에 한 번씩 가게 되었다.
역시 사장님은 주인의식이 남달랐고, 단골 관리를 확실히 하는 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덤으로 작은 쿠키 한두 개 넣어주는 게 전부였는데 사장님은 꽤 가격이 있는 디저트를 덤으로 주기도 하고, 맛에 대한 평가를 열심히 묻고 귀담아 들었다.
요즘 한창 꽂혀서 즐겨 먹는 체리 쇼콜라 케이크가 진짜 맛있다고 칭찬을 했더니 감사 인사를 하고, 캐나다산 체리가 끝물이라 아쉽지만 이제 한동안은 판매하기 힘들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마 가격 경쟁력 때문인 듯한데 대체할 만한 다른 맛있는 케이크가 나오겠지 싶은 기대가 되었다.
자영업을 함에 있어서 ‘사장의 존재감’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영업장에 사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한 치킨집 사장이 1년간 직원이 배달앱 주문을 거절한 손실 금액이 1500만 원 정도 된다는 글을 올려서 화제가 된 적 있다. 실제로 1월부터 배달앱 주문 거절 건수를 계산해 보니 총 957건으로 취소 금액만 무려 2700만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샀다.
멀쩡한 영업시간에 주문을 거절한 이유를 알기 위해 CCTV를 확인했더니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매일 12시간 상주하며 주 1회 쉴 정도로 치킨집 사장도 직원에게 운영을 일임한 건 아니었지만 사장이 자리를 비우는 그 몇 시간 동안 철석같이 믿은 오래 알던 동생은 뒤통수를 친 정황이 유력해보인다. 자영업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게임광 치킨집 직원은 극단적인 사례지만 자영업을 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고용하고, 오래 지속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어도 직원 없이, 혹은 가족끼리 어떻게든 가게를 운영하려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요즘엔 리뷰 평점 테러하는 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것이다.
장사나 해볼까? 카페나 해볼까?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자영업은 만만하게 뛰어들 시장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