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쓰기 위한 압박 독서
쓸모 있고 맛있는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 1일 1글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바뀐 것이 있다. 하루가 무척 빠르게 지나버린다는 것과 글감을 찾기 위해 매일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새 글을 업로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새 글을 업로드해야 할 시간이 돌아오면 마치 주부들이 오늘 저녁은 또 뭘 해서 먹나 고민하듯이 나는 이 시간만 되면 아, 오늘은 또 뭘 쓰지 고민하는 시간이 어느새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쓰기 시작했지만 매일 업로드해야 하는 압박 때문에 브런치 초보에게는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뭐라도 쓰긴 써야 했기에 결국 중구난방식 글쓰기가 되어버렸지만 매일 글쓰기 약속을 안 했다면 게으른 일상에 채찍질 거리가 없었을 것이고, 2023년도 2022년처럼 무기력한 한 해가 되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크게 떨어진 건지 책을 읽으면서 집중하기도 어렵고, 읽은 후에도 내용을 금세 잊어버려서 언젠가부터 책을 읽으면서 독서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으면 대략 일 년에 50권 정도의 책을 읽고 한 권의 독서일기가 남았는데 올해는 4월 말부터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서 한동안 책 읽기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다시 책을 읽게 된 건 브런치를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소재고갈에 부딪혀서 책을 뒤적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서관 이용도 잦아졌고 브런치 글쓰기 업로드를 위해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책들을 꺼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는데 내가 가진 책들이 의외로 다양하고, 쓸모가 있어서 글을 완성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책들이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도 제법 있어 당황스러웠다. 내가 무슨 책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맥시멀리스트의 비애랄까.
문제는 숨어있는 책들을 끄집어내느라 나름 규칙을 두고 정리해 둔 질서 정연했던 책장이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영영 책장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수명을 다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친김에 오랫동안 미련 때문에 그저 소장하고 있던 생명력을 다한 책들을 골라서 정리도 할 수 있었다. 60권 정도를 추려내니 책장도 훨씬 여유가 생겼고, 글 쓰는데 필요한 책들은 앞쪽으로 전진배치해 보았다.
앞으로 365개의 글을 완성하려면 한 달 정도 남았다. 1차 목표를 잘 마무리하고, 좀 더 쓸모 있고 맛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