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왈칵
이른 아침부터 아쉬탕가에 격하게 열을 올렸더니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다. 오늘 모두가 경직된 모습인 건 어제 발표된 우리 수련생들의 시험 일정 때문이었다. 이론 수업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아사나 수업은 아쉬탕가와 하타 중 하나를 골라 한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걸로 시험은 진행된다. 우리 기수는 소그룹으로 과정을 들어온 터라 좋다 생각했는데, 이게 참 시험 칠 때가 되니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거다. 클래스 인원이 큰 요가 스쿨들의 수련생들은 삼십 분씩 나누어 시험 수업을 진행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한 수련생 동료의 친구는 인도에서 과정을 듣는 중인데 그곳에서 수료증을 따는 일은 이보다 더 하다고 말한다. 결국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온 거였다. 다른 지도자 분들 없이 학생들만 두고서 내가 잘못된 요가를 가르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도자 분들 앞에서 실수를 하는 건 되려 점검받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나를 달래 본다. 이탈리아살이 이후로, 난 바다나 호수 앞 아름다운 빌라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다. 살랑이는 하얀 커튼이 달린 그곳에서 아름답게 아사나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 바이브로 수업을 준비해 봐야지. 결국엔 즐기는 자가 승자랬으니까.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지도자 분께서 수업을 시작하지 않고 한 학생의 질문으로 시작된 별자리와 인생 곡선에 관련된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난 지금 잃을 게 없는 바닥에 있는 느낌인데, 그럼 이게 다 내가 타고난 별자리와 태양과 달, 행성들의 체류 지점 때문이라 생각하면 힘이 더 빠진다. 나 역시 사주랑 별자리 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제 인생은 왜 이렇죠?"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 건가요?" 열심히 좇았다니며 묻던 사람이 나였다. 헌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나 자신 하나를 믿지 못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낼 엄두를 못 내서 이런저런 다른 이들의 사고관, 관념들을 나의 세계로 끌어들여왔다는 것이, 지난 나의 연약함이 딱하기만 하다. 요가는 순수히 요가로만 존재했으면 했다. 이렇게 뱉어내고 보니 그래서 나는 종일 화가 났었구나. 결국 슬픈 이는 쉬는 시간 방으로 돌아와 눈물을 쏟아냈다. 그 눈물이 그저 순수했으면 하는 요가 수업 시간에 누군가 방해꾼처럼 풀어버린 점성학 때문인지, 다가올 시험 때문인지, 아니면 나와 헤어짐을 결심해야 했던 세상 가장 따스했던 사람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