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같은(同) 병(病)을 앓는 사람들이 서로(相) 불쌍히(憐) 여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민과 고통을 들어주고 공감할 수는 있지만, 그 아픔을 온전히 다 느끼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과 똑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훨씬 더 크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죠. 살짝 더 나가서 ‘어려움을 겪어봐야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도 종종 쓰입니다.
초평왕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오자서는 백비가 오나라로 도망쳐 오자 크게 반기며 맞아 주었습니다. 백비 역시 모함을 받고 초평왕에게 쫓겨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자서는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서로의 처지를 잘 안다면서 오나라의 왕 합려에게 백기를 추천했는데, 여기에서 동병상련이 나왔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초평왕은 여러모로 좀 문제가 있는 왕이었습니다. 당연히 주변에는 늘 간신들이 꼬였고, 초평왕은 간신들을 감싸며 희희낙락했죠. 그러는 동안 나라의 기둥뿌리는 여럿이 뽑혀 나갔습니다. 원탑 간신 비무기는 초평왕이 며느리를 첩으로 삼도록 부추겼고, 초평왕과 태자를 이간질해 태자가 자기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게 했습니다. 태자를 지지하던 오자서의 집안이 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멸문당했지요. 또한 좌윤 벼슬을 지낸 극완을 모함해 죽이고 일족을 싸그리 멸문했는데, 백비의 가문이 여기에 엮이며 멸문당했습니다.
오나라로 도망친 백비는 오나라 왕 협려와 오자서의 환대를 받습니다. 하지만 백비는 사사로운 욕심이 많고 시시비비가 흐릿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백비의 인품을 걱정한 주변 신하들은 오자서를 찾아와 백비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지만, 오자서는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불쌍히 여긴다며(同病相憐) 오왕 협려에게 백비를 추천했습니다. 사실 백비는 유능한 행정 관료이자, 예법에 밝은 사람이기도 했거든요. *태재로 등용된 백비는 오자서를 도와 초나라를 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월나라를 치는 전쟁에도 오자서의 부장으로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월나라를 친 뒤부터, 백비와 오자서는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오자서는 월왕 구천이 얼마나 무서운 야심을 가진 사람인지 잘 알기에 반드시 구천을 죽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백비는 구천에게 뇌물을 받기 시작하더니, 왕을 설득해 구천을 월나라로 되돌려 보냅니다. 이 사건 이후, 구천에게 뇌물을 받아먹던 백비는 사사건건 오자서와 부딪치며 갈등을 빚었고, 끝내는 오자서를 모함해 죽이기에 이릅니다. 10여 년 뒤, 오자서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오나라는 월나라의 침공으로 멸망했습니다.
백비에 대한 기록은 둘로 나뉩니다. 사기(史記 )에는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라 바로 참했다고 나오고, 좌전(左傳)에는 태재를 유지했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나라가 망한 판에 큰 의미 없죠. 게다가 월왕 구천은 자기 공신들도 모두 날린 사람입니다. 백비야 뭐..
* 태재(太宰) : 제레를 주관하는 벼슬입니다만, 당시에는 재상 비슷한 역할도 같이 했습니다. 오나라는 중원에 비해 문화적으로 살짝 쳐졌는데, 마침 백비의 할아버지가 예법에 아주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