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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n 18. 2024

곡학아세 | 曲學阿世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학문(學)을 꺾어(曲) 세상(世)에 아부(阿) 하다. 왠지 공부 많이 한 사람은 대쪽 같을 것 같지만, 휠지언정 꺾이지는 않겠다고 작정한 학자나 관료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지식의 양과 인격의 깊이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야심만만 한 젊은이였던 공손홍은 입바른 소리만 하는 원고생을 늘 깔보고 시기했습니다. 그러자 강직한 신하였던 원고생은 조용히 공손홍을 불러, '학문을 배운 사람은 학문을 굽혀 권세를 가진 이들에게 아부해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습니다. 크게 뉘우친 공손홍은 원고생의 제자가 되었는데, 여기에서 곡학아세가 나왔습니다.

아휴..전 꺾여서 부러지느니, 그냥 휠 겁니다. 저 그런 거 완전 잘 해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어느 날, 효문황후는 원고생을 불러 노자에 대해 물었습니다. 유학자였던 원고생은 황후가 유교 이외의 사상에 관심을 갖는 것에 크게 노해서 ‘노자의 사상은 종이나 노비들이나 관심을 갖는 것’이라 잘라 말합니다. 원고생이 알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효문황후는 궁녀로 들어왔다가 문제의 눈에 들어 황후가 된 사람입니다. 면전에서 효문황후를 욕보인 원고생은 황후의 노여움을 사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습니다.


문제의 배려로 목숨은 건졌으나 옳다고 믿는 바를 그대로 말한 원고생은 황후에게 제대로 찍히고 말았고, 결국 벼슬을 떼이고 낙향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죽고 경제가 즉위하자 원고생은 다시 불려 나와 태부를 맡았고, 경제의 아들 무제가 즉위하자 또다시 추천을 받아 기용되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함께 벼슬길에 오른 공손홍은 이미 아흔이 넘은 나이에 입바른 소리만 하는 원고생이 마땅치 않았는지, 늘 원고생을 얕잡아 보며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이에 원고생은 공손홍을 불러 '옳다고 믿는 학문을 굽혀 세상의 권세를 가진 이들에게 아첨하지 말라'고 조용히 타이릅니다.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달은 공손홍은 원고생을 스승으로 모셔 가르침을 받았고, 그날부터 검소하게 생활하며 어려움에 처한 자를 도왔습니다. 이후 내사와 어사대부를 거쳐 승상에까지 오른 공손홍은 평진후에 봉해지며 신하들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그래. 너 대쪽 같은 건 린정. 근데 벼슬은 떼자. OK?


덧1) 한나라 7대 황제인 한무제는 밖으로는 충효를 중시하는 유가, 안으로는 법가 체제를 확립했습니다. 하지만 5대 황제였던 할아버지 문제는 도가 사상에 관심이 많았고, 그 영향을 받은 할머니 효문황후도 도가적 통치를 중시했습니다. 한무제가 황제에 오르자 효문황후와 한무제는 이 문제로 자주 갈등을 빚었고, 한무제는 효문황후가 죽은 뒤에야 유교를 국교로 밀 수 있었습니다.


덧2) 황후는 황제의 아내, 황태후는 어머니, 태황태후는 할머니를 말합니다. 물론, 제위가 차근차근 잘 내려갔을때 얘기지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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