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소리
살면서 나는 이래 저래 거짓말을 제법 하는 편이다. 어떤 이야기든 MSG를 흠뻑 뿌려가며 말하는 재주가 있
어서 나랑 가깝지 않으면 그 사실 유무를 파악 하기가 힘들다.
본인을 소유하고 있는 마님은 내 거짓말을 기가 막히게 알아 챈다. 그래서 왠만하면 정직하게 말하고 구라를
시전할 일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생명 연장의 최고의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라 없이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틀어 놓기 마련이다. 인간은 원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좀 더 큰 틀에서 보면 거짓말은 나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다. 사소한 거짓말 쯤이야 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쁜 습관은 반복할 수록 몸과 마음이 망가지기 마련, 거짓말이 잦은 경우는 '신뢰'를 잃어 버리는 순간 사회적인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하얀 거짓말이라는 장르가 분명히 존재 하듯 필요하기도 하다. AI도 그럴듯한 구라를 시전하는 시대를 맞이하니 그럴싸한 거짓말의 기술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몇가지 적어 보기로 한다.
강안개가 여름을 슬슬 밀어내듯 베란다 까지 몰려왔다. 상큼하게 출근 추천 곡은 엘라피츠제럴드의 'misty' 였다. 그리고 살짝 들뜬 기분은 아주 가뿐히 둔내 IC를 지나쳐 버렸다. 면온 IC로 돌아가면 지각은 확정.
지나친 김에 강릉을 갈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출근이 싫어 졌다. 자아 구라를 시전하자
당일 연차를 시전하기가 거북하다. 좀 지랄맞은 팀장은 전화를 안받거나 받아도 끝맛이 씁슬한 통화를 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설득력이 150% 담긴 알리바이가 필요하다. 갑자기 몸이 아파서, 코로나 검사, 부모님이 아프시다거나 집안 어른이 돌아 가신다거나 하는 이벤트 들도 사전 밑 작업이 필요하다.
Item1. 병질환 - 본인이 몸이 아파야 하는 경우는 관련 증상에 관해서 구글신의 힘을 빌어보자. 3분만 시간을 내어도 관련 증상에 대해 아귀가 맞아 떨지게 의학용어를 섞어 주면 신뢰성을 확보 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은 아이템을 미리 찾아 놓는 것을 추천한다.
Item2. 집안 대소사 - 평소에 싫더라도 개인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 놓아야 한다. 사돈에 팔촌까지 가면 너무 멀리가고 듣는 사람도 집중도가 떨어진다. 대하 드라마 쓰는 것도 아니니까 적당히 해라. 직계 존속 정도가 등장인물 수와 범위로는 적당하다. 늙은 부모님은 왠만해서는 병원 갈일이 많으시니 의사 선생이 하는 말을 유심히 잘 들어 두면 유용하다. 한 두번 정도는 써 먹도록 한다.
Item3. 출퇴근 이슈 - 지하철이 펑크 난다던가, 코끼리 때문에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던가 하는 뻔한 구라를 시전할 수준의 철가면들에게 해당되지 않는 아이템이다. 나 같은 경우는 왕복 140km를 자차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차량이 고장난다 등의 이유는 미심쩍지만 들어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case study
저번 주에 내차가 센터에 들어가는 바람에 마님의 차로 출퇴근을 몇일 했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차가 이제 말썽이다'라고 밑밥을 뿌려 놨기에 차 때문에 센터를 가봐야 겠다는 구라는 아주 훌륭하게도 유사 사실이 되었다. 다음날에도 마님의 차로 출근하는 디테일을 잊어 먹지 않았다.
지랄맞은 팀장도 '차가 자꾸 말썽을 부려서 어떻하냐' 라고 걱정을 해줬다. 여기서 하수는 한번 더 써먹을 생각을 하겠지만 이 사실이 흐릿해져 갈 때쯤 써먹던가 아니면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심해라. 훌륭한 저격수는 같은 자리에서 두번 총을 쏘지 않는다.
인생살이 비슷해서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구라의 진실성이다. 너무 다큐가 되어서도 너무 휴먼 드라마가 되어서도 안된다. 이성과 감성이 잘 섞인 구라는 진실과 구분하기 어렵다. 거듭 강조하지만 구라는 살면서 한 번씩 먹어야 하는 불량식품이다.
장복은 해롭다.
* 다음편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구라의 시간차 공격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한다.
제군들 그 때까지 존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