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운다- 글쓰기 동아리 '집'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눈꺼풀 위를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방금 내 눈에 들어왔던 너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어둠이 시작된다. 마치 우주를 떠도는 것 같다. 그러나 곧 불안해한다. 내 안에 펼쳐진 우주를 내 몸뚱이는 둥둥 떠다니며 닿을 곳, 디딜 곳을 찾고 싶어 진다. 그래서 눈을 뜬다. 내 집에 내 발이 닿아 있어서 잠시 안도하지만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집을 그려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다. 둘은 사랑을 했고 헤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같이 있을 곳을 원했다. 짓거나 찾거나 둘 만 있고 싶었다. 밝아오는 태양이 볼 수 없는 곳이어야 했다. 다정한 달에게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하늘을 가렸다. 그리고 문을 달았다.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은 새 새명을 낳았다. 둘 만 있던 그곳은 아이가 걸으면서부터 답답해하며 좁다는 것을 알았다. 더 큰 집이 필요했고 더 큰 문과 태양이 들어와 아이를 따뜻하게 해 밝게 해주고 싶었고 바람이 지나가며 다른 세상을 알려 주길 바랐다. 그래서 하늘로 난 문을 만들었다. 어두운 밤이면 달을 보며 사랑을 노래하고 별을 보며 세상을 알고 싶은 꿈을 키웠다.
아이는 매일 같은 곳에 있기가 싫다고 하며 떠났다. 세상을 보려고 떠났고 사랑을 찾아 떠났다. 두 사람은 돌아오길 기다렸다. 아이가 떠난 그곳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언제나 하던 일을 하고 돌아와 배를 채우고 나면 바깥을 바라보며 세월의 흐름을 보내며 시간의 액자를 만들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아이가 돌아왔다.
돌아온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세상을 가져왔고 사랑과 함께였다. 더 넓은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아 주었다. 그리고 처음 사랑을 나눴던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잊고 있던 추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랑을 품고 있던 그곳은 침묵이라는 벽을 가졌다. 낡고 허름해져서 빛이 들어오던 틈은 비가 들어왔다. 그리고 서서히 썩어가고 있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햇빛도 달빛도 바람도 찾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그렇게 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