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뜻 깊은 숫자, 100
지난주 나 혼자 산다 방송 중 모델 한혜진 씨가
약 16시간 동안 혼자 옷 100벌을 입어가며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된 서울 패션위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어쩌면 시들어가던 패션위크에 디지털 런웨이를 선보여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문득 100 이란 숫자가 꽤나 특별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낯설게 느껴졌다. 브런치병이 도졌다.
이 낯섬을 빨리 기록해야 할 것 같았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호감이 가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교제를 하게 되면 100일을 기념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군 입대 이후 훈련병의 과정을 거치고 이등병이 되었을 때 비로소 100일 휴가를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선 수능 보기 100일 전부터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시험을 보고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은 100점을 맞은 순간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내 신체의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터트려 질주를 해야 하는 거리도
100m이다.
심지어 지난주 '나 혼자 산다' 예능에서 모델 한혜진 씨 또한 코로나 19 때문에 취소된 서울 패션위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100벌의 옷을 입고 디지털 런웨이를 선보였다.
100이라는 숫자가 생각보다 우리 삶에 많이 쓰이고 있었다. 100이란 숫자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100이란 숫자를 계속 보고 있으니 익숙했던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어쩌면 숫자 100은 '설렘'과 동시에 '긴장'을 담은 숫자이다.
연인과 100일이 되었을 때, 군 입대 후 첫 100일 휴가를 나갔을 때, 학창 시절에 시험을 봤는데 100점 맞았을 때의 그 설렘과 째지는 기분. 이 3자리의 숫자가 우리에게 행복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 감정 그대로 이제 '뭘 해볼까' 라며 우리의 미래를 계획하게 된다. 연인과 앞으로 어떻게 더 잘 지내볼까, 군 휴가 나와서 뭐하고 시간을 보내볼까, 이제 어떤 과목을 또 100점 받아서 부모님께 잘 보일까 등등.
반면에 수능 100일 기도 땐 고3 자녀들이 수능을 잘 치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 그리고 100미터를 전력 질주하기 전에 내 몸에 있는 에너지를 팡 하고 터트릴 준비를 하는 그 긴장감. 이렇게 100은 우리에게 긴장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다. 우린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하고 계획한다.
솔직히 정말 감동받았다.
아마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다.
물론 패션위크 하나에 100벌이 아닌 1,000벌의 착장들이 사람들에게 비춰진다. 예능에 나왔던 100벌은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착장들이라 생각한다.
50벌도 아니고 200벌도 아니고 딱 100벌이다. 불가능 해 보이는 숫자이면서도 가능해 보이는 숫자이다.
하나의 착장을 갈아입고 디지털 런웨이에서 워킹을 하는데 10분으로 잡으면 1,000분이다. 1,000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6시간. 놀랍게도 예능에 보면 나오지만, 16시간 만에 이를 해내고야 만다.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설렘을 안고 있다. 이 100벌을 소화해내면 서울 패션위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과, 한 시즌을 위해 고생한 수많은 패션 관계자분들께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이 안겨주는 그 설렘. 그래서 100벌 이란 말만 들어도 벌써 가슴이 벅차다. 빨리 입어야 할 것 같다.
한 벌, 두 벌 계속 입기 시작하다 보면 체력이 점점 떨어져 자신이 흔들릴 때가 온다.
'이게 지금 맞나?', '나 혼자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이라도 침대에 널브러져 쉬고 싶다. 실제로 방송에서도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하는 한혜진 씨를 볼 수 있다.
'정말 힘들었다'며 솔직하게 감정 표현했을 땐, 오히려 고마웠다. 이를 마냥 투정으로 볼 수 없다.
만약 '괜찮아요, 할만했어요'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맥이 빠졌을 것이다. 아 역시 TOP 모델이니까 저 정돈 거뜬히 하는구나 라며 더욱 거리감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녀가 점점 힘들어하는 만큼 스태프들은 응원한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디지털 런웨이'에 선뜻 동참한 스태프분들이 응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친한 동료가 직접 현장에 방문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더욱 힘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97, 98, 99.... 100
16시간 동안 이 100이란 숫자를 만들기 위해 처음의 설렘부터 시작하여
포기하고 싶단 생각과 이게 될까라는 불확실함 그리고 이를 극복해내어 도전을 성공한 희열과 감동까지.
이 디지털 런웨이는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선한 영향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100벌의 착장은 하나의 도전 이었다.
16시간이라는 시간동안 도전의 과정과 도전하는 사람의 감정변화 그리고 어떻게 이겨내는지
모든 걸 다 담아냈다. 보는 내내 '제발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간절한 마음이 생기며,
마지막 100벌을 채웠을 때는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도전이 많은 사람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전달한다.
어찌보면 '남의 일'인데 '내 일' 처럼 느껴지며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오직 100벌 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필자는 호텔을 세우기 위해 100군데의 호텔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100군데의 호텔을 돌아다니고 기록을 하려 한다. 브런치, 블로그 그리고 인스타에.
이미 100을 만들기 위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20여 군데가 넘는 곳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온갖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인데, 이거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점점 통장 잔고는 비워져 가고 있는데 다시 이직을 해야 하나..?', '퇴사까지 한 마당에 난 백수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한혜진 씨가 100벌을 입어가며 '정말 힘들었다'라고 표현해줘서 고마웠다.
만약 '그래도 해 볼만 했다. 괜찮았다.'라고 말했다면, 필자는 당장 호텔 프로젝트를 접었을 수도 있었겠다.
모델계에 TOP을 찍은 사람마저, 100벌 착장을 힘들어하며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해냈다. 도전한다는 것에 '힘듦'은 당연히 수반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 하는' 시기가 나에게도 찾아올 것 같아 더욱 몰입이 되었다. 머지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디지털 런웨이가 생각날 것 같다. 디지털 런웨이 도중 계속 걷다 보니 다리가 붓고, 끼니도 못 챙겨 어지럽고 온갖 시련들이 있었다. 과연 필자에겐 어떤 시련들이 나를 방해할지 궁금하다.
그래도 꿋꿋하게 100군데를 다닐 것이다. 그리고 기록할 것이다.
필자가 호텔만 리뷰하는 인스타 계정을 새로 만들고 현재 약 2주 정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었다.
키워나가는 맛이 흡사 예전에 '디지몽'으로 디지몬 키우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만 가지고 사람들을 한 명, 두 명씩 모아본 적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계속 나 자신을 의심했다. 팔로워 0명에서 지인을 끼지 않고 순수하게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까? 내 호텔 리뷰를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게 될까?
처음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며 온갖 유튜버들, 블로거들의 노하우들을 살펴보았다.
인스타그램 관련된 유명한 유투버 중 '드로우앤드류' 이분 거는 몇 번이고 정주행을 했다.
이미 인플루언서들이 된 그들의 노하우들을 종합해보니 답은 딱 1개였다.
"나만의 콘텐츠로 꾸준히, 계속'
그래, 이것뿐이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필자 또한 속도는 느릴지언정 꾸준하게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나의 '팬'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과 휴식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호텔을 좋아할 법한 사람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맞팔해요'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령, 그 호텔의 컨디션은 어땠는지, 룸타입은 뭐였는지와 같이 진짜 이야기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은 내 인스타에 들어오게 된다. 필자의 인스타엔 전부다 호텔 리뷰 밖에 없으니,
거짓 소통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곤 '팔로우'를 꾹 누르게 된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늘어가는 팔로우를 볼 때면 '아 이렇게 오늘도 나의 콘텐츠를 좋아해 주시는 분이 있구나'라며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신기했다. 팔로우 한 명 한 명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이 분들이 내 콘텐츠의 팬이라 생각하니 더욱 힘이 났다.
0명에서 시작한 인스타그램이 2주 사이에 100명이 넘었다. 너무 신이 났다. '인싸의 삶이란 이런 걸까?'라는 과대망상까지 생길뻔했다.(핳) 100이란 숫자가 누군가에겐 작은 숫자 일 수도 있지만, 필자에겐 10,000 정도 되는 큰 의미가 있는 숫자였다.
내가 좋아하는 '호텔'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같이 이야기하며, '이 호텔도 한번 리뷰해달라'는 이야기도 아주 가끔씩 생기고 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저 묵묵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인스타에 하나, 둘 씩 툭툭 올려놨을 뿐인데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끔씩 좋은 정보 고맙다는 식의 DM도 날라온다. 아직 팔로워가 많은 계정은 아니더라도, 필자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이 벅찬 일이다.
그래서 이 100여분의 소중한 팬분들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 분들이 2주 동안 나의 호텔 리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봐주셨고,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공감해주시기도 했다. 이 100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 덕에 필자는 호텔을 1군데라도 더 가야 할 이유가 생기고,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된다. 지금 시간이 음,, 일요일 오후 10시 08분. 오늘은 오후 3시부터 주구장창 글만 쓰고 있다.
유일하게 매주 챙겨보는 예능 '나 혼자 산다'. 한혜진 씨의 '디지털 런웨이'를 본 후 생각이 많아져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한혜진 씨 덕분에 이렇게 100이란 숫자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100이 가진 '도전'의 의미.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설렘'과 동시에 '긴장'이 따른다는 것.
모델 한혜진 씨의 움직임 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100을 채워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생각한다.
p.s
글 내용 중 제 인스타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 링크를 슬쩍 남깁니다.
https://www.instagram.com/hotel_reviewer_chec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