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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smiths Oct 11. 2016

사츠마(薩摩藩)의 과감한 승부수, 역사를 바꾸다 (1)

안전한 길을 포기하고 원수와 손을 잡다.

우리는 사츠마薩摩藩와 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강자로서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자신의 존망을 걸고 모험을 걸 승부기질이 있는가? 이를 위해 앙숙을 제거할 찬스를 포기하고, 나아가 원수와 손을 잡고 함께 목숨을 거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사츠마는 시대의 흐름, 변화를 읽었다. 평온한 길처럼 보였던 사츠마의 운명, 그 수면아래 흐르는 위기를 제대로 볼 줄 알았고, 결단은 과감했다. 나아가 스스로가 게임의 흐름을 바꿀 열쇠를 쥐고 있음을 깨닫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역사의 물길을 바꾸어 놓은 사츠마의 과감한 승부수, 일본근대화의 시계를 빠르게 돌려놓은 사건, 그래서 일본을 비서구문명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 강국으로 올려놓는 사츠마의 선택을 따라가 보도록 하자.



조정에서 죠슈長州藩를 정벌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쇼군이 이끄는 정벌대가 하기萩(죠슈의 수도)를 향해 4방면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죠슈번은 금문의 변禁門の変(하마고모리몬의 변蛤御門の変) 이후, 모든 번들의 적이 되었다. 천황은 죠슈의 정벌을 명했다. 막부가 보낸 제1차 죠슈정벌에서 죠슈는 곧바로 항복을 선언하였는데, 지금 또다시 막부에 맞서고 있다. 이런 죠슈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막부를 무너뜨리고 존왕양이를 부르짖는 죠슈는 언제나 골치덩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막부는 제2차 죠슈정벌을 시작한다.

천황을 알현하는 번주들


그 무렵 사츠마와 죠슈 간의 동맹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츠마-죠슈의 동맹, 이른바 삿쵸동맹薩長同盟의 필요성은, 죠슈의 입장에서는 충분하였다. 비록 죠슈의 민심이라면, 원수 사츠마와 손을 잡는 것이 정서상 어려운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사츠마가 포함된 막부군이 죠슈를 공격한다면, 죠슈는 멸망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츠마와 죠슈가 동맹을 맺게 된다면, 즉 사츠마가 막부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죠슈와 손을 잡아 준다면, 이것은 정국의 무게중심을 존왕양이파尊王攘夷派로 옮겨오는 극적인 전환이 될 터였다.


사츠마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사츠마는 당시 막부측에서 큰 쓰임을 받고 있었다. 그런 사츠마가 죠슈와 손을 잡으므로써, 스스로 역적이 되고, 모든 전국의 번들로부터 적이 된다? 사츠마가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사츠마로서는 역적이 되는 리스크를 떠안는 것보다는, 막부와의 관계에 힘쓰는 것이 더욱 가능성 높고 안전한 전략은 아닌가? 사츠마는 삿쵸동맹을 제안받았을 때, 저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막부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는 전략이, 안전하고 대세에 몸을 맡기는 안전책인지, 아니면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어리석임인지 당시 사츠마는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막부입장에서 가장 견제가 되는 강력한 번은, 죠슈와 사츠마이고, 비록 지금은 사츠마가 막부를 지지하고 있다고 해도, 죠슈가 제거되고 나면 막부는 사츠마를 제거하려 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게 된다. 가장 강력했던 죠슈가 무너지면 사츠마가 그 다음 막부의 적이 될 것이다. 이것은 기우인가, 합리적 추측인가?  사츠마는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죠슈와 손을 잡고 막부를 타도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승산있는 전략인가? 죠슈와 손을 잡는다고 해도, 막부와 다른 번들과 전쟁에서 승산이 있는가? 이것 역시 불확실했다. 이러한 고민들이 사츠마를 어렵게 만들었다.  


당시 막부는, 죠슈와 사츠마와 같은 번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양상인들에게 막부 이외의 번과는 직접적인 거래를 금지하는 선언을 했다. 또한, 1차 죠슈정벌에서 승리한 댓가로 죠슈가 쥐고 있던 시모노세키下關 항을 막부가 틀어쥐고 있었다. 이렇게 막부의 힘이 강해지면, 서양은 막부하고만 교역을 하게 되고, 사츠마를 통한 교역이 줄어든다. 그러면 사츠마의 국력은 점차 쇠퇴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사츠마가 죠슈와 손을 잡고 막부를 약하게 만든다면, 즉 막부의 힘이 약해질수록 지속적으로 사츠마 교역량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사츠마가 이러한 전략적 고민을 앞두고 있을 무렵, 조정의 제2차 죠슈 정벌은 시작되고 있었다. 각지의 번들이 죠슈를 치기 위해 점점 몰려들었다. 물론 강력한 사츠마에게도 동참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사츠마는 고민이 깊어졌다. 여러번 손익계산을 두들겨 보아도 무엇이 사츠마를 생존하게 하는 선택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죠슈, 불구대천의 원수 죠슈는 과연 사츠마에 진심으로 협력할 것인가? 어떻게 죠슈를 믿을 것인가? 죠슈와 동맹을 맺기도 전에 이러한 시도가 막부에게 들통이라도 난다면 사츠마는 일거에 어려움에 빠진다. 사츠마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막부군은 죠슈로 점점 몰려오고 있었다. 정벌군이 점점 진군해 올수록, 사츠마에게는 점점 결단을 내려야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일본 남서부 지역에서 일본전체의 명운을 건 전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2편에 계속)


1편:https://brunch.co.kr/@goldsmiths/9

2편:https://brunch.co.kr/@goldsmiths/10

3편:https://brunch.co.kr/@goldsmith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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