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새우요리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by 김성호

손 쓸 새가 없었다. 테이블 위로 큼지막한 새우가 가득 담긴 접시가 툭 하니 떨어졌다. 모닝글로리에 꼬치류, 여러 야채와 조개 안주까지 푸짐한 한상이었다. 여기에 새우까지 더했으니 테이블 위는 음식을 더 놓을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친구는 "싸니까 괜찮아 더 시켜도 돼"라고 말했다. 우리만이 아니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인까지, 사이공 번화가에선 모두가 돈을 물쓰듯 썼다. 싸니까 괜찮다고, 다들 그렇게 제 나라에서보다 호인이 됐다.


테이블마다 킹타이거새우가 한 접시씩 올라온 건 그래서였다. 이 새우는 한국에선 제법 몸값이 나가지만 베트남에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베트남이 킹타이거새우의 원산지인 덕이다.


해안을 끼고 남북으로 주욱 뻗은 베트남은 킹타이거뿐 아니라 다양한 새우의 산지로 명성이 높다. 개중 킹타이거새우는 시장에 내놓는 족족 비싼 값으로 팔려나간다. 수염 긴 생김도 특색이 있고 몸집도 커서 인기가 좋을 만도 하다. 덕분에 킹타이거새우 양식장도 갈수록 늘어난다.


문제는 양식장이 들어서기 좋은 곳에 터줏대감이 앉아 있단 점이다. 맹그로브라 불리는 수중나무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맹그러내는 데 독보적이다. 이만큼 산소를 맹그러부는 나무가 없는 탓에 사람들은 이 나무가 들어찬 지역에 지구의 허파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같은 규격의 나무보다 최소 4배씩은 산소배출이 많아 아마존 우림과 함께 지구 온난화를 막는 보루로 꼽힌다. 이 나무의 주적이 바로 킹타이거새우 양식장이다. 다종다양한 플랑크톤을 비롯하여 맹그로브 숲이 맹그로부는 생태계가 새우양식장으로 안성맞춤인 탓이다.


지구의 허파와 베트남의 이익 사이에서 베트남은 합리적인 선택을 이어간다. 맹그로브 숲은 산소를 맹그로불기도 전에 밀려나간다. 숲이 사라진 곳에서 아이들이 어른보다 고된 노동을 한다. 아동노동과 환경파괴로 말이 나온다지만 누가 감히 돈 되는 산업을 금지하는가.


베트남은 중국의 팽창을 남방에서 저지할 현실적 대안이다. 버락 오바마가 쌀국수를 먹고 간 이래 미국은 베트남에 구애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대응에 나섰다. 베트남을 미래로 보는 한국 역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누가 겨우 맹그로브 숲과 가난한 아이들을 위하여 새우 먹기를 그만두는가.


<이데일리>의 대활약으로 한국에서 소비가 급감한 총알오징어도 베트남에선 인기상품이다. 개성 있고 맛도 있는데 값까지 싸니 새끼오징어 요리가 불티나게 풀린다. 비교적 풍요로운 베트남의 바다는 치어를 그렇게 잡아대는 데도 여적 황폐화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치어를 먹는 일이 바람직할 수는 없다. 그걸 알고 지내는 내 식탁에도 가끔은 이런 것들이 올라오곤 한다.


별 생각 없이 주문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환경파괴와 아동노동에 동참하게 되는 세상이다. 에밀 뒤르켐은 일찌기 '분업이 연대감을 높이고 통합을 부르며 해방에 이르게 할 것'이라 역설했었다. 분업이 노동자의 정신적, 문화적 쇠퇴를 불러오리라는 애덤 스미스에게 반하는 주장이었다. 배웠다 하는 먹물들조차 그의 분업예찬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대가리로 학문을 하겠다는 것들이 그렇게도 많았다. 베트남에서 인간들은 킹타이거새우와 총알오징어를 사먹길 멈추지 않을 테다. 분업은 사회과학적으로 훌륭한 시스템이 틀림 없지만 도덕부터 시작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을 타락하게 한다. 분업은 어떤 인간에겐 해방을 주지마는 어떤 인간에겐 고립과 노예노동을 내린다. 그럼에 제약 없는 분업화는 불평등이고 부조리에 대한 묵인에 이르게 된다. 나는 늘 스미스형이 좋았다.



2022. 9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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