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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Jun 23. 2021

슬기로운 혼밥 생활

혼자서도 잘해요, 그래도 같이 하는 게 좋아요

코로나 시대 도래.

사회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코로나 시대.


길 곳곳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이고, 이제는 이것이 당연한 광경이다.

모임은 최대한 적게, 그로 인해 회식은 줄어들었고 젊은 신입사원들에게는 환영받는 문화가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통해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면서 업무를 본다.

영화관보다는 집에서 영화를,

식당보다는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사회의 생활 방식과 함께 배달 산업과 같은 서비스 사업의 성장까지도 영향을 미친 코로나. 이 정도면 코로나 시대에서 살고 있고,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개인인 내가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방역수칙을 잘 지켜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일.

그리고 사회의 방향대로 따라가는 것.


그런데, 나 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생활방식의 변화를 말이다.


라오스 생활에서 생각지도 못한 2020년 상반기부터의 코로나19 상황. 그리고 2021년 상반기 심해진 코로나19 상황은 나에게 빠르게 진화하거나 생활을 개선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생활에서 말이다.

그동안 기름지고, 맛있는 탄수화물 덩어리의 음식을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겼던 나에게 이제는 내려놓을 시간이라는 신호라도 주듯이, 코로나19 상황은 나의 생활방식을 바꾸게끔 갑자기 다가왔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확찐자'의 포스를 풍겼던 나였지만, 탄수화물의 유혹과 중독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덜 건강한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냐, 조금 건강한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냐 정도로 밖에 자제를 하지 못했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고, 락다운 초반에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문을 닫는 식당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슈퍼마켓을 찾아 식자재를 직접 구입하는 일이 많아졌다.


당연한 수순으로 혼밥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는 시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을 시작했다.


나름 건강하게 식사를 해 먹는다? 운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에게 준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고기를 구워 먹고, 양파를 구워 먹는 것을 시작으로,

김치를 담근다.

꽤나 시간이 잘 간다.

사실, 락다운 초반은 이동 제한이 있었기에 집에만 머물러야 했고,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김치를 담그거나, 장아찌를 담그는 일들이 나름 요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안도감. 나이가 조금씩 들면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을 느끼고 있기에 무행동, 무활동으로 시간을 보낼 때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 같은 음식은 해먹을 생각을 안 한다.

지루함보다는 귀차니즘이 조금 더 큰 것도 있겠지만, 삼겹살 한입과 베이컨 두 조각을 입에 넣고 씹으면, 같은 맛이 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몸에 변화가 오는 게 느껴진다. 너무나 불안정했던 몸이 조금의 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서 바로 반응이 오니 신기했다.

그리고 더 좋은 음식을 먹으려 찾고 찾았다. 그리고 혼잣말을 해보기도 한다.

'조금은 비싸고 슈퍼푸드라 불리는 음식과 식자재들은 그 이유가 있구나'라고.


나는 코로나19 상황 나름 슬기롭게 혼밥 생활을 '즐. 기. 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일-요리-식사-운동-장보기-요리-식사-운동-일-요리-식사-운동-장보기.


그전엔 몰랐던 아보카도의 끈적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찾을 수 있었고, 아스파라거스의 달콤한 맛을 찾는가 하면, 나도 어쩌면 김치를 잘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흔히 '정신승리'라 부르는 걸 나는 행하고 있다. 내가 '나'를 상대로 하는 것인지 '코로나19 상황'을 상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지 않으려 나름 필사적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돌아보면 나름 선택권이 많아 지금의 생활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던 듯하다. 


어쩌면 한정된 선택권이 주어진 경계 안에서 좀 더 좋은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 적어도 지금은 생각하고 싶다.


슬기로운 혼밥 생활. 그래도 같이하는 게 좋다.

혼밥 생활을 해보면서, 혼자가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생각이 잘못되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이 생각 역시도 코로나19가 주는 '함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은 변화가 아닐까 싶다.


혼밥이 익숙해져 버려 익숙한 것이 즐거움인 것으로 착각하기 전, 얼른 단체 활동을 시작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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