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모음집 <방황하는 소설> 박민정 작가
줄거리 :
‘공교롭게도 오늘이 바로 화요일이었다.’ 소설의 시작 문장이다. 주인공은 참회의 화요일, 재의 수요일 등 종교에서 만든 참회와 금욕의 시간을 생각한다.
주희는 과거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친구로 생각한 J와 함께 다니던 시절을 회상한다. J는 미국 현지인들과 아무렇지 않게 잘 어울리는 친화력이 좋은 친구였다. 여느 날처럼 J를 따라 펍에 들어가서 술을 마셨다. 술기운을 갖고 펍에서 나오자 서양 남자들이 뭐라고 외치며 주희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윗옷을 벗고 가슴을 보여주면 목걸이를 걸어준다는 행사였다. 술에 취해 얼큰해 보이는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해서 목걸이를 받고 있었다. 주희는 몰랐던 어떤 행사였다. J는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 영상을 찍어 야동 사이트에 올렸는데 주희가 찍혀있었다. 그날은 종교에서 말하는 참회와 금욕의 시기, 사순절이었다. 요즘 주희는 어떤 친구가 전달해 준 링크로 그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희는 지금 명동의 쥬쥬 하우스라는 일터에서 일본인 동료와 일하고 있다. 그 일본인 친구 세실은 주희에게 한글을 간절하게 배우고 싶어 했고 마지못해 해 주기로 한다. 역시 겉모습만 비슷했던 외국인 세실과는 가치관의 차이로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지만 어쨌든 서로 조심하며 지낸다.
어느 날 주희는 세실에게 한글 작문 숙제를 내줬고, 주희도 같이 작문을 써보기로 한다. 주제는 고향, 가족, 어린 시절, 꿈, 취미에 관해 쓰기로 했다. 세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열심히 작문 숙제를 했다. 주희는 세실의 글을 읽으며 세실의 집안 배경을 알게 된다. 조상이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전범국 시절 극우 집안이었다. 부모에게 들었는지 오키나와 전투에서 미군과 전투했던 시절도 쓰여있다. 주희는 호기심으로 세실의 할머니와 관련된 히메유리 학도대, 세일러문에 대해 조사했다. 세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한국어 공부에 즐거워한다.
주희는 세실의 간절한 부탁으로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게 된다. 길을 걷다가 어떤 평화 집회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집회는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집회였고 소녀상을 향해 걷고 있었다.
느낀 점 :
서사의 구성이 완벽했다. 초반부를 읽으며 J라는 인물과 사순절 그리고 성폭력에 가까운 행사가 중반부에 나오는 일본인 친구 세실과 무슨 상관성이 있을까 내내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세실에게 한글을 알려주면서 모든 세계관이 연결되었다. 그 순간 희열이 느껴졌고 마지막 문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단편소설의 세계관을 구현한 것인지 놀랍다.
다음의 마지막 문장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마르디 그라, 참회의 화요일이 육박해 오는 순간이었다. 행렬은 어느덧 소녀상 근처에 도착했고 세실은 동상의 의미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