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모음집 <방황하는 소설> 최은영 작가
줄거리 :
‘우리는 작은 텃밭을 함께 가꿨다.’ 첫 문장이라고 하기 애매한 첫 문장. 주인공 소리의 글의 첫 문장이다. 소리는 또 다른 주인공인 엄마의 딸이다.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고 싶었는데 일기장과 마찬가지라며 보여주기 싫어했다.
이 주일 전, 소리는 엄마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는 소리의 담임교사와 상담을 시작한다. 딸에 대해 묻지만 엄마는 사실 깊게 아는 바가 없다. 교사는 소리의 글이 담긴 문예지를 한 권 건네주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딸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주로 나오는데 엄마인 그녀의 열다섯 살 많은 오빠다. 소리는 삼촌이라고 부르며 그를 잘 따랐다. 소리는 일찍 철이 들어 조금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소리가 다섯 살 무렵 남편과 이혼했던 그녀는 그의 요청으로 결국 딸과 그의 집에 들어갔다. 그는 텃밭 가꾸기를 요청했고 마지못해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소리는 텃밭 가꾸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슬픔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그를 미소 짓게 만들고 싶었는데 소리가 그 역할을 잘했었다. 하지만 그녀와 그는 대화의 결이 맞지 않았다.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소리가 넘어지며 그가 텃밭에 잠시 놔둔 호미에 찍혀 크게 다친다. 그녀는 몹시 놀라 그를 심하게 야단쳤다. 반면에 소리는 아무렇지 않게 치료를 받았다.
그녀의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받은 경험들, 그와 함께 극복한 사건들을 생각한다. 그는 환갑도 되기 전에 중병에 걸려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와 그녀의 마지막 대화, 최후를 앞두고 그와 소리의 시간도 만들어준다.
지금 소리는 어린 시절 텃밭에서 생긴 상처를 보며 그 흉터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와 오래간만에 찾아간 텃밭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그들은 텃밭을 다시 가꾸기로 한다.
느낀 점 :
최은영 작가의 소설 쇼코의 미소를 흥미롭게 읽었었다. 쇼코의 미소도 단편 모음집이었다. 특유의 분위기가 전부 비슷해서 하나의 세계관 같았는데 본 작품 또한 그렇다. 단, 이번 작품은 서사가 조금 아쉬웠다. 파종이라는 제목 아래 하나의 텃밭으로 서사를 만들었다. 그 텃밭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딸 소리에게는 조금 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그녀와 그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이 어려웠다. 일부분은 문맥을 이해하기 힘들어 독서 중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면 신춘문예 신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소설을 읽으면 서사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좋은데, 그 흡입력이 조금 아쉬운 작품이다. 작가의 전작 쇼코의 미소를 잘 읽었기에 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