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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Jun 25. 2024

미추홀 도서관

치유의 도서관

미추홀, 백제의 초기 도읍지로 [삼국사기]에 따르면 주몽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가 남쪽으로 내려갔다. 온조는 하남의 땅을 택하고 비류는 미추홀에 가서 살았다고 한다. 이 미추홀은 지금의 인천이다.


부모님 집 근처에 미추홀 도서관이라는 곳이 새로 생겼다. 이름에 걸맞게 인천을 대표하는 도서관인가 싶어 검색해봤다. 1922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시립도서관이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신축 개관한 도서관이다.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100년의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장서 보유량이 상당하다. 청주에는 없는 책도 많다. 구내식당의 밥맛도 기가 막히다. 여기가 천국이다.


그래서 나는 인천에 오면 미추홀 도서관으로 아침에 출근해서 끼니도 커피도 도서관에서 모두 해결하고 저녁에 퇴근한다. 사서들도 일을 열심히 한다. 큐레이션이 아주 기가 막힌다.


테마도서 코너가 있는데 이번 달 주제가 [직장 사용 설명서]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코너에 정리된 60권의 책을 그 자리에 서서 대충 훑어 읽어봤다.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다섯 권의 책을 골랐다.


1. **지키겠습니다, 마음**  

삼성물산에서 10년을 일하며 감정노동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내용이 너무 좋다. 구매할지도 모르겠다.


2. **부처님 회사 오신 날**  

제목 그대로 부처님과 같은 마인드로 회사생활을 하는 이야기다. 발상이 웃기다.


3. **뉴비와 꼰대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공무원이 겪은 뉴비와 꼰대에 대한 이야기다. 리얼하다.


4.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번아웃의 원인과 현상, 해결 방법에 대한 짧은 에세이다.


5. **월요병도 산재 처리해주세요**  

월화수목금금금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에세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추천 책도 있었다!


1.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기가 막히다. 계속 무릎을 치며 읽게 되어서 무릎이 나갈 지경이다.


2. **일의 발견**  

이건 사야 한다. 그런데 모든 서점 사이트에 품절이다. 크레마 클럽, 밀리의 서재 전자책도 없다. 그러던 중 상태 좋은 A급 중고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매 예약을 했다.


사실 전날 낮에는 동생과 스크린 골프를 한 게임 치고 저녁에 부모님과 위스키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달려서 늦잠을 자버렸다. 결국 도서관에 아침 열 시나 되어서 도착했는데, 한 번도 졸지 않고 독서와 글쓰기의 삼매경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덧 저녁 일곱 시가 되어 있었다.


어제는 육체적 힐링을 했고 오늘은 정신적 힐링을 했다. 내게 미추홀, 인천은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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