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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Jul 14. 2024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멋진 신세계

김선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퇴사를 권유했다. 나로서는 뜬금없었지만, 그는 아마도 이 말을 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참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다시 내게 다가와서 시커먼 입술을 열었다.


"철수씨, 철수씨가 좋은 대학 나오고 공부 좀 더 하다가 뭐 하다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늦은 나이에 입사해서 고생 많은 거 알고 있어요. 나는 선배지만 철수씨보다 나이도 한 살 어리고 학교도 지방대 나왔어요. 근데 결론은 내가 선배예요. 그리고 내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대하기 불편해서 그래. 변 선배 밑에서 고생하는 거 보기도 불편하고, 그래서 나가서 다른 일 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어서 듣게 된 그의 말도 가관이었다. 사실은 이 말을 하려고 지금 불러서 같이 현장으로 온 것이다. 그래 봐야 내 나이가 이제 서른이고 만으로는 아직 생일도 지나지 않았기에 스물여덟이다. 그의 발언은 몸 쓰는 현장에서 불혹이 넘은 아저씨가 듣게 되어도 조금은 이르다 싶은 말이다.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사용하는 그의 말투도 별로 듣기 좋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본인보다 어린 사람을 후배로 받아서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말이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어떤 잘못도 없이 이렇게 쉽게 퇴사하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번 천천히 본인의 상황을 생각해 봐요. 일단 같이 온 김에 장비 만지는 요령 좀 알려줄게요. 내가 하라는 대로 해요."


장비를 다루는 일은 변기린에게 이미 대부분 배우긴 했다. 한 달간 매일 쌍욕을 먹으며 배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새로운 내용을 또 듣는 것처럼 반응하면서 경청했다. 이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장비에 대해서 삼십 분 정도 설명을 들었다. 대충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김선호는 스스로 신나서 알려주지 않아도 될 내용까지 더 알려주려고 흥분했다. 조립 지옥에서의 주요 업무는 공정 시간 변경이다. 무슨 시간일까. 조립 작업을 진행하는 시간이다. 너무 얇거나 두껍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균일하게 작업이 되도록 매일 하루에 두 번에서 세 번씩 시간을 변경하고 두께를 측정해 봐야 한다. 제일 쉬운 일이지만 이 팀에서의 제일 기본적인 일이고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 일을 하려면 우선 장비를 사용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김선호는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프다며 성을 내더니 밖에 나가서 물 좀 마시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이제 내 장비를 봐야겠다. 미국물을 먹은 장비다. 나스닥에도 상장된 세계 최고의 배터리 장비 회사 중 한 곳이다. 장비의 UI(user interface)는 매우 고풍스럽다. 과거의 영광이었던 MS-DOS가 생각날 정도다. 검은 바탕에 무질서하게 뿌려져 있는 흰 글씨의 메뉴들과 숫자들은 신입사원이었던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물론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 자주 만지다 보니 무질서 안의 질서가 보였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장비의 제어는 터치스크린으로 해야 한다. 정전식이 아니고 감압식이라서 조금 눌러줘야 인식이 된다. 터치스크린의 영점이 조금 맞지 않아서 누르려는 부분의 약간 오른쪽 위를 눌러줘야 한다. 입사 초반에 이것 때문에 실수를 몇 번 해서 변기린에게 많이 혼났다. 이제 공정 시간을 변경했다. 적절하게, 하지만 크게 문제가 안 될 정도로 0.5초 시간을 늘렸다. 계산식은 없다. 모든 것은 감으로 한다. 이상하지만 그렇게 배웠다. 이제 끝났다. 이게 주요 업무다. 사실 중학교만 나와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거 하려고 고등교육을 받고 수능시험을 봤으며, 대학교 등록금에 천문학적인 단위의 금액을 내며 졸업장을 획득했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동료와 젊은 선배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들어오게 될 후배들의 박탈감이 클 수 있다. 이 업무를 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소모되고 있고, 큰 비용이 소진된다. 현장에는 장비 공정 시간 변경 또는 장비 점검을 하다가 필요한 개인 업무 확인을 위해 공용 컴퓨터가 골목마다 있다. 나 같은 막내는 현장의 공유 컴퓨터를 많이 활용한다. 내 컴퓨터에 원격 접속을 해서,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각종 밀린 업무도 하고, 개인적인 검색도 해보고, 친구들과 사내 메신저로 사적인 얘기를 나눈다. 잠시 잠깐 나만의 시간이다.


이 귀중한 시간에 선배에게 메신저가 와서 깜빡인다.


(철수씨, 저 민선인데요. 제 장비 공정 시간 좀 제품별로 각각 0.7초씩 높여놔 줘요.)


내가 아직 막내다 보니 후배는 없고, 이렇게 잡무를 시키는 선배만 득실득실한다. 저 선배는 팀 내 유일한 여자 선배다. 입사 연차는 나보다 4년 선배로 변기린의 입사 동기다. 나이는 나보다 많이 어리다. 저 선배는 계획이 있다. 야간근무에서 빠지고자 하는 계획이다. 현장이 24시간 가동되다 보니 당직을 하듯 팀원들이 번갈아서 야간근무를 한다. 주간 근무를 하다가 한 달에 한 번은 야간근무를 일주일 들어가면 몸 상태가 꼬인다. 물론, 야간근무에 혼자 있는 상황을 즐기는 선배도 있다. 하지만 남들 잠자는 시간에 깨어나서 혼자 사무실에서 언제 현장에서 터질지 모르는 공정 사고를 감시하며 장비를 보는 일은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업무도 너무 단순 업무이기 때문에 야간을 하는 것은 사람에게 더 박탈감을 준다. 게다가 야간은 당직처럼 팀에서 보통 대표자가 혼자 근무해야 한다. 그때 혹여나 일이 잘 못 진행되면, 대표자로 남은 사람이 모든 것을 다 뒤집어써야 한다. 생산부 죄인 중 대역 죄인이 되는 것이다. 그 대역 죄인은 운이 없게도 누구나 될 수 있다. 나도 이제 곧 수습 시간이 끝나고 야간근무에 들어간다. 내가 야간근무 계획자에 추가되면 한 명이 빠질 수 있다. 현재 야간을 도는 사람은 네 명의 선배. 변규선, 김선호, 김민선, 그리고 현재 야간근무 중인 손준호. 네 명에 내가 추가되면 누구 한 명은 빠질 명분이 생긴다. 그중에 민선 선배는 파트장에게 애교를 잘 부린다. 특유의 애교와 물밑 작업으로 파트장에게 그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이다. 계획적인 선배이기 때문이다. 현재 야간근무 중인 준호 사원은 김선호와 입사 동기이며,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리다. 김선호보다 한 살 어린 셈이다. 선호는 요령을 많이 부리는 선배지만, 준호 사원은 모든 일에 진심이다. 일 중독자다. 그런데 인성은 좋다. 내게도 언제나 극존칭을 해주며 절대로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다. 주변에서 보기 쉽지 않은 선배다. 함께 일하면 배울 점은 많겠지만 언제나 정석으로 일하기 때문에 피곤할 것 같다. 주로 같이 실무를 하는 선배는 이렇게 네 명이다.


또다시 깜빡이는 메신저 알림 창.


(고철, 안 올라오고 뭐 하냐? 너 거기서 또 정신 못 차리고 있냐? 일 끝냈으면 빨리 튀어 올라와라.)


변기린은 또 별일 없이 심심해서 나를 찾는 모양이다. 메신저 답장이 늦으면 화낼 것이 뻔하므로 읽었으면 빠르게 답해야 한다. 김선호와 내려와서 업무를 배우느라 현장에 있었고, 민선 대리가 시켜둔 일을 마무리하고 올라가겠다고 답했다. 난 고철이라는 호칭이 너무 싫다. 그 형만 나를 고철이라고 부른다. 중, 고등학교도 아니고 이게 무슨 별명인가 싶다. 존중해 달라고까지는 안 바란다. 내 이름 고철수라고, 철수씨, 철수 사원, 그것이 불편하면 철수야, 이렇게 똑바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지금 시간은 오후 세 시. 현장의 모두가 분주한 시간이다. 15:00, 23:00, 7:00. 하루 24시간 중 세 번. 현장 교대 시간이다. 배터리 공장은 24시간 장비가 가동된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24시간 대응하기 위한 현장직이 현장에 상주해 있다. 그들의 근무 형태는 4개 조 3교대이다. 직군은 보통 그냥 현장직이라고 한다. 학력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이지만, 최근엔 학력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전문대 졸업도 많다. 사실상 그들 업무 대부분도 전문대까지 나올 필요도 없는 수준이다. 중학교 나와서 더하기 빼기 할 줄 알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배터리 생산부의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나 같은 사무직 직군은 대부분 4년제 졸업자이며, 근무 형태는 보통은 주간 근무와 주말 근무를 돌아가면서 한다. 야간근무는 생산부 같은 곳에서 팀을 대표해서 막내들이 순환하면서 당직처럼 서고 있다. 사무실을 가기 위해 계단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변기린이 기린같이 목을 빼며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본인의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고철 올라왔냐?"

"네 형, 마무리 다 하고 올라왔습니다. 공정 시간 수정한 장비들 모두 진행되는 자재들 측정해 볼게요."

"그래 그건 당연하지 이 자식아. 측정해 보고 결과 알려줘."


왜 저러나 모르겠다.


"야 변규선, 너 자꾸 애 고철이라고 부를래? 여기가 학교야?"

 파트장이다. 옛날 사람치고는 180이 넘는 키에 다리가 긴 편으로 서구적인 인체 비율을 갖고 있다. 얼굴은 서글서글하며 친근한 옆집 아저씨의 웃는 인상을 갖고 있지만 사실 속이 좁아서 잘 토라지고 평소에 화도 잘 낸다. 장 파트장은 여러 가지로 인성에 문제가 많지만 변기린과 비교해서 누가 나은지는 모르겠다. 누가 똥이고 누가 된장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둘 다 똥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둘 다 다혈질이고, 자주 부딪힌다. 난 단지, 그들이 부딪힐 때 속으로 좀 재밌다. 변기린은 그래봐야 이제 4년 차 갓 대리이고, 장 파트장은 잔뼈가 굵은 14년 차 대선배인데, 그와 마찰이 잦은 변기린의 기세가 대단하다. 난 언제나 한 편의 시트콤을 시청하는 기분으로 그들을 관찰한다. 변기린은 친근감 있게 사람들을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즐기지만 장석구 파트장은 그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다. 변기린은 가끔 장석구 파트장을 옛날처럼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장석구는 파트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좀 권위적인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변하고 싶어 했다.


"야, 변규선 내가 너 변규라고 부르면 좋겠냐 인마?"

"에이 장형 왜 괜히 시비예요?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 장 파트장님도 애들 잘 놀리면서 지내잖아요."

"야 변규선, 누가 시비를 걸어? 너 꼭 불리하면 나한테 형이라고 하는 버릇도 좀 별로야. 너 인마 내가 뭐 좀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 아무튼 애들 이름 이상하게 불러서 분위기 흐리지 말아."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 이게 대기업 사무실에서 성인끼리 하는 대화인가 싶을 정도로 우습다. 이렇게 시답지 않은 말 겨루기는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아아아, 왜애애들 그래유? 나이 먹은 사람들끼리 뭣들 하는겨? 대화 좀 부드럽게 하면서 서로 잘 좀 지내봐유 좀."


내가 좋아하는 선배 중의 한 명인 김준혁 대리다. 곧 과장으로 진급하시는 선임 대리다. 회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멋진 콧수염을 관리하는 직원이다. 콧수염이 그의 인상을 강하게 만들고 있지만, 사실은 부드러운 성격의 평화주의자다. 일의 맺고 끊음이 확실하기에 쓸데없는 일을 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회사 업무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배다. 김준혁 대리는 실무보다는 관리자 업무를 주로 하면서, 파트장의 공백을 메꾸는 역할을 한다. 키는 160 후반으로 작은 편이지만, 작은 체구와는 다르게 모든 일에 대인군자와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특유의 느리고 욕심 없는 성격으로 과장 진급이 계속 빠지고 있다.


사무실이 어느 정도 조용해지자 변기린이 내게 다가왔다.


"야 철수야, 너 내가 고철이라고 할 때 기분 나빴냐?"

"뭐 썩 듣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법한 대답을 해봤다.


"뭐 이 자식이? 너 잠깐 나랑 옥상으로 올라가자! 따라와! 너 죽었어! 오늘"


한 대 때리려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도 아니고 옥상으로 올라오라니. 내 기억에 이런 분위기가 자주 연출은 되었지만, 내가 공격적으로 말대답을 해본 적은 거의 없기에 이번에는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만약에 한 대 맞으면 맞기 좋게 대주고 경찰을 한번 불러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거친 숨을 쉬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의외의 휴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많은 직원이 옥상에 올라와서 완전 해가 없을 것으로 믿는 배터리 공장의 수증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어떤 이는 스트레칭을 하고, 어떤 이는 동료와 담소를 나눈다. 또 어떤 이는 여기까지 올라와서 심각하게 업무 얘기를 하고, 어떤 이는 구석에서 흡연한다. 나와 변기린, 우리는 전투를 하러 올라왔다.


"야 인마, 대답 그따위로 할래?"


[퍽!]


그렇게 얘기하고 주먹으로 죄 없는 음료수 자판기를 쳤다.


"내가 좀 뭐라고 하면, 네 괜찮습니다. 해야지 어디서 말대답이야?"


[쿠콰쾅!]


이번에는 발길질로 근처 의자를 차서 바닥에 넘어뜨려 버린다. 자주 행동하던 일인데 다시 봐도 위협적이다. 변기린은 체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키가 크고 잔근육이 있는 마른 체형이다. 한 대 맞으면 한 대 맞는 것으로 안 끝날 것 같고 기분이 나쁜 건 둘째고 좀 아프긴 하겠다. 그냥 빨리 넘어가는 게 내 밝은 미래를 위해서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죄송해요. 앞으로 말대답에 유의할게요. 흥분 가라앉히고 내려가시죠."

"어휴, 야, 야 철수야, 됐다 됐어. 앞으로 까불기만 해 봐."


참으로 감정 기복이 심한 양반이다. 조울증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내가 한번 말대답한 덕분에 오래간만에 내 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억지로 실명을 듣게 될 바에 그 더러운 입에서는 차라리 내 실명을 듣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오후 여섯 시 퇴근 시간이다. 다행스럽게 우리 팀은 대부분 여섯 시 무렵에 퇴근한다. 생산부의 팀 대부분은 밤 아홉 시까지 근무가 기본이다.


[삑, 출문하셨습니다.]


"형 벌써 퇴근해요?"


뒤를 돌아보니 다른 입사 동기 안경배가 급하게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안경배라는 이름 그대로 동그란 금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키가 160 중반으로 작은 편이라 현장에서 방진복을 입은 모습이 귀여워서 남몰래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와 대화할 때마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그래도 특주조립지옥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생산부 제일 지옥인 사출지옥에 배치받은 불쌍한 동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바쁜 곳이다. 심지어 밀리는 업무로 인해서 식사 시간조차도 부족하다고 한다. 저기는 공정 시간과 더불어 전압과 전류 그리고 가스 양의 조정도 중요하다. 물론 특주조립지옥에서도 다양한 변수를 조정하긴 한다. 하지만 주요 변수는 시간 조정이다. 사출지옥은 다양한 변수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비는 50대가 넘는다. 변수가 많다 보니 사건 사고 건수도 많다. 바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어 경배야, 잘 지내? 언제 소주 한잔해야지.”

“네 형. 아, 저 빨리 라인으로 들어가 봐야 해서.”


경배는 그렇게 말하고 현장 방향으로 뛰어 들어갔다. 혼자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처량하고 가여웠다. 우리는 왜 무작위로 배치를 받고 생산부에 오게 되어서 이렇게 각자의 지옥에서 보이지 않는 일을 보려고 하며 서로 싸우고 고생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배터리 공장 역시 멀리서 보면 멋진 신세계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 표현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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