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살고 싶다

by 고니크

오늘 벼르고 벼르던 식물 성장 LED등을 구입했다.

애들이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식물을 키우는 건 사람이나 동물을 키우는 것과는 다른 재미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람에겐 공존을, 동물에겐 책임을 배우지만, 식물에겐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경이를 배우게 된다.

움직이지도 못 하고 말도 못하면서 어찌나 쉬지 않고 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지...


초록이를 키우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계절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식물은... 인생 그 자체다 이 말이에오...


가끔 얘네들한테 나를 투영해 글을 쓰곤 한다. 가만보면 참 나랑 똑같거든. 추운 거 싫어하는 거,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는지, 어떤 보금자리를 선호하는지, 보상이 필요한 시기, 상처 받으면 어떻게 풀이 죽는지, 물을 주면 기세등등해진다거나 등등


아무것도 안 하고 물만 받아먹는데도 잎사귀 하나 피웠다고 박수갈채를 받는 이 아이들. 얘네들처럼 나도 식물로 살고 싶다. 가만히 누워만 있다가 비가 오면 맞으러 나가주고. 또 가만히 누워있다가 솔깃 잎사귀 한번 내주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손가락 하나 노랗게 물들어주면 날 돌보는 이는 웃고 울고 춤추고 절망하고 다 하겠지.


남을 웃기고 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웃고 우는 사람 말고.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향을 받는 사람 말고.


뿌리도 없으면서 물 달란 얘기를 참 쉽게 한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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