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 무너지는 소리는 천둥번개처럼 요란하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사소하고 엉뚱한 투정, 혹은 누구나 한 번쯤 예민해질 수 있는 가벼운 불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당신은 집안의 냄새에 지독하리만큼 집착하기 시작했다. 처음 타깃이 된 것은 하수구였다. 화장실과 베란다에서 역한 하수구 냄새가 올라온다며 당신은 온종일 코를 킁킁거렸다. 나는 당신이 아이를 키우느라 몸이 약해지고 예민해진 탓이라 생각했다. 사랑받는 남편이 되고 싶었던 나는 곧장 철물점에 달려가 하수구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최신형 장치를 사다가 집안의 모든 구멍에 설치했다.
"이제 좀 괜찮아?"
나의 물음에 당신은 잠시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지만, 그 평화는 사흘을 가지 못했다. 다음은 담배 냄새였다. 당신은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아랫집 담배 연기가 올라온다며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아내의 예민한 후각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환풍기를 뜯어내고 역류 방지용 이중 범퍼를 설치한 특수 환기 장치를 달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유능한 해결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냄새보다 무서운 것은 당신의 '무관심'과 '서늘함'이었다. 정갈했던 집안의 공기가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분유 먹일 시간을 놓치거나, 기저귀가 축축해져 아이가 울어도 당신은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 섬세하던 엄마의 모습은 간데없고, 마치 영혼이 잠시 외출한 사람처럼 당신은 거실 한복판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여보, 애가 울잖아. 어디 아파?"
내가 흔들어 깨워야만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에서 나는 처음으로 낯선 서늘함을 느꼈다. 그것은 사랑하는 자식을 보는 엄마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누군가를 경계하는 이방인의 시선에 가까웠다. 당신의 불편함은 이제 물리적인 방어막을 비웃듯 점점 기이한 형태로 변해갔다.
"여보, 들려? 저 소리 안 들려? 아랫집 사람들이 또 내 욕을 해."
어느 오후, 당신은 거실 바닥에 귀를 대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아랫집 사람들이 당신을 감시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층간소음이 문제인가 싶어 거실 전체에 두툼한 방음 매트를 깔았다. 당신의 발걸음 소리가 아랫집에 들리지 않게, 그래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힐 명분을 없애주기 위해 온 집안을 푹신한 스펀지 성벽으로 도배했다.
두툼한 매트 위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닥을 응시하는 당신을 보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싸워야 할 적은 하수구 냄새도, 층간소음도 아니었다는 것을.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던 그 맑던 눈동자 속에,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이방인'이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신은 이제 아이조차 그 이방인의 경계 안으로 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집안을 가득 채운 방음 매트는 오히려 당신의 고립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었다. 당신의 시선은 이제 나를 통과해 허공의 누군가를 향해 있었고, 그 눈빛 속에는 내가 알던 아내의 온기가 아닌, 형체 없는 공포에 질린 이방인의 서늘함만이 가득했다.
우리가 쌓아온 상식이 무너진 첫 번째 균열은 그렇게 내가 가장 정성 들여 고친 곳에서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매트 위를 걷는 나의 발소리가 유난히 먹먹하게 들리던 그 오후를 결코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