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에 확실하게 떠나는 걸로!!!
둘째 날도 우리 형제가 가장 마지막에 왔다.
제주 둘레길 탐험을 온 부부 일행 분과 함께 아침을 먹는데
내 차를 보더니 저런 렌터카도 있냐는 질문을 건넸다.
"에이 누가 10년 넘은 차를 렌터카로 빌려요? 제 차예요. 완도에서 배에 실어왔어요."
아니 이게 그리 놀랄 일이었던가?
자고로 잔은 채워야 맛이고 춤은 춰야 멋이며 청춘은 낭비할 때 아릅답다 하지 않던가!
선문답 같은 말 몇 마디가 오가고서 젊은 이의 낭만을 소화할 수 없던 중년 부부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아침 식사를 마쳐야만 했다.
숙소 인근에서 제주도에 높게 솟아오른 에펠탑을 따라간 곳은
한불모터스가 스텔란티스 코리아로 변경되면서 사라져 버린
제주도 푸조•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을 당시에 한불모터스에서 자사의 차량을 렌트해 주면서
숙소와 함께 프로모션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제주도를 못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포기를 하게 되었다.
근데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박물관에서 보았던
매그넘 인 파리 전시 끝자락에 토막으로 있던 푸조 브랜드 소개가
유독 아쉽기도 했고 푸조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있던 중이라
자연스레 이곳 관람을 일정에 넣게 되었다.
전 날 방문했던 세계 자동차&피아노 박물관을 생각해 보면
여기 제주도 푸조•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은 진또배기였다.
구성부터 본격적이기도 했고 전시된 자동차들도 역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은 녀석들로 모여있었다.
WRC와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으로 유명한 푸조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지독하리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한데
이 브랜드를 보편적인 기준보다 많이 보는 입장에서
얘네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부분이 아쉬웠다.
한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푸조 라인입을 보던 중에
이목을 끄는 차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푸조의 미니밴 모델인 807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관장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던 차량이었다고!!!
아무튼 푸조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던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박물관 마당 에펠탑에 있던 2CV에 이어 DS와 트락 숑 아방까지
시트로엥의 마스터피스 트로이카를 1층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근데 각자의 흐름대로 관람하다가 만난 동생이
어떤 나이 드신 직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길래 자연스레 합류하게 되었고
이야기가 점점 전문적인 영역에 들어서던 중에
나이 드신 직원분이 관장님이고 아침 댓바람부터 관람하러 와서
박물관을 전세 내듯이 보고 있던 웬 남자 하나가 알고 보니 기계 설계 엔지니어였다는 것에
관장님과 나는 시트로엥 섹션에서 30분이 넘는 이야기를 선 채로 이어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용호상박에 가까운 대담이 이어진 뒤에
기분이 좋아지신 관장님의 흔쾌한 제안에
2CV를 직접 만져보며 살펴보고 뒷좌석에 시승까지 해보는 아주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진짜 파리 투어를 온 것처럼 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는데
2021년을 끝으로 사라진 점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다시 사진을 꺼내보니 뭔가 뭉클하네......
자동차에서 비행기와 로켓으로 장르를 바꾸며 간 곳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었는데
이곳을 와보니 과천 국립과학관과 함께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가며 방문했던
외나로도 나로우주과학센터가 생각났다.
본격적인 전시를 보기 전에 애피타이저처럼 본 노벨상 전시.....
기대했던 것보다 부실했고 주제에 집중하지 못한 구성이라 패스!!!
방대한 규모 속에서 항공기와 엔진을 보며 메커니즘을 추적하는 직업병 아닌 직업병은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뛰노는 마음으로 펼칠 수 있어서 굉장히 재밌었다.
괜히 유체역학에 빠져들었다고 할까나......
근데 공학적인 지식을 과흡입한 동생이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아! 쏘리!!! 나만 너무 신났네!!!
전 날 먹은 흑돼지가 인상 깊었는지 고기국수가 엄청 당겼다.
노래진 동생을 어르고 달래는 동안 점심을 해결했다.
제주도에 온 이후에 자연 풍경을 못 본 것 같았다.
그래서 뭉게뭉게 돌아다니는 구름을 따라 협재 해수욕장에 오게 되었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 내리는 순간 국경을 넘고 넘어
유럽의 어느 해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병에 해외는 꿈꾸기 어려워진 상황이라 기분이라도 제대로 내봐야겠다 싶었고
접이식 의자와 노브랜드 카페라테를 챙겨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물론 도 넘은 바람이 옥에 티였지만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포스터 속 모습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빠져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해봤지만
간재비가 소금을 뿌리듯 바닷물 방울을 맞으며 무드가 다 깨졌고
분위기 좀 내보려다 거칠고 터프한 바람에
두 손 두 발 다 다 들고 백기항전을 하며 잠시의 낭만은 물거품이 되었다.
에이!!!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