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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공여사 Apr 01. 2020

그럼 우린 뭐
먹고 사냐?

[불안의 진짜 이유] 밥 주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노르웨이산 연어도 먹으면 안 되겠어."

남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왜?"

"양식 연어에 살충제 구충제를 엄청 뿌린대. 바다 '이' 없앤다고. 칠레산은 말할 것도 없고 노르웨이산도 마찬가지래."

가족들 모두 연어를 좋아해, 인터넷으로 주문해 초밥을 만들어 먹는다. 이젠 그마저도 하지 말라고?


칠레산 연어는 항생제를 어찌나 많이 쓰는지, 칠레 사람들도 안 먹는다 해서, 노르웨이산 연어로 갈아탄 지 오래다. 뇌 고친다고, 밀가루, 유제품, 가공식품 멀리한 지 반년도 넘었는데, 슈퍼푸드 연어마저 못 먹는다고?


"그럼, 우린 뭐 먹고 사냐?"


불안하다. 그 이유는?

불안하다. 나도 모르게 독 되는 음식 먹고 있을까 봐. 진짜 이유는?

불안하다. 나도 모르게 독 되는 음식 먹고 있을까 봐. 건강 해치고 일찍 죽을까 봐.


바깥세상에는 먹을 게 너무 많다. 그만큼 정보도 많다. 몸은 모두 다르고, 필요한 영양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몸 상태도 다르다. 좋아하는 음식도 미각도 모두 각각이다. 건강에 좋다고 먹었던 연어가 항생제 범벅이기도 하고, 못생기고 덜 단 과일이 내 몸에는 보약이 되기도 한다.


뭘 먹고살아야 하나? 알면 알수록 정보를 받아들이면 들일수록 먹을 게 줄어든다. 지방 안 좋다 삼겹살 기름 떼고 평생 조심해 먹었더니, 그게 다 천연 지방이라고 그릇째 들고 마시는 사람도 생겼다. 통밀은 괜찮다 해서 통밀빵 샌드위치 매번 만들어먹었더니, 밀가루는 다 나쁘다 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도 믿음이 안 간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살 때는 몰랐던 고민을, 내가  주부가 되고 나니 매일 한다. 음식 배달업체의 허술한 위생상태가 뉴스에라도 뜨면, '그래, 내가 좀 고생해도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게 낫지!' 싶다가도, 장보고, 요리하고, 치우는 이 지겨운 일을 앞으로 몇십 년 더 계속할 생각을 하면, 삶의 의욕마저 꺾인다.


혼자 살던 90세 할머니가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니, 그렇게 좋더란다. 왜? 밥을 삼시세끼 꼬박꼬박 반찬 바꿔가며 주니까. 평생 남편 밥상에 뭐 올릴까? 뭐 해 먹을까? 고민했을 테고, 할아버지 먼저 보내고 혼자 지낸 30년 동안  조촐한 자기 밥상도 차리기 싫었을 텐데 …. 삼시세끼 내 손 안 들이고 나에게 내밀어주는 병원 밥상이 좋을 수밖에. 난 이제 겨우 30년 밥상 차리고, 벌써부터 때려치울 궁리만 한다.


1. 1일 1식 하자고 남편을 꼬드긴다.

 "아침은 '간헐적 단식'으로 넘기고, 늦은 점저를 한 끼 챙겨 먹고, 저녁은 간단히 달걀이나 까먹고 자자. 조촐하고 좋잖아?"


2. 밥 주는 아파트에서 나도 살고 싶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남편이 1일 1식 꾐에 안 넘어갈 성싶으면, 회유의 단계를 레벨 업시킨다.

"남편! 나에게 노후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어봐줘."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데?"

무슨 계략이 있나 심드렁해진 남편이 마지못해 물어봐주면, 똑 부러지게 희망사항을 밝힌다.

"밥 주는 아파트! 나도 그런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남편~~~~"

몇 층인지 올려다봐도 모를 서울 한복판 고층 아파트에서 호텔식 조식을 주고 있다면, 남편이 1일 1식으로 넘어올지도 모른다.

3. 매일 식단이 바뀌는 동네 식당에서 밥을 해결한다.

북소리에 이끌려 3년 동안 유럽을 방랑하며 글을 썼던 무라카미 하루키. 그 부부가 그리스 섬에서 사는 모습이 낭만적이고 좋아 보였다. 글 쓰는 것이? 바닷가 마을을 뛰는 것이? NONONO! 동네 작은 식당에 가서 부부가 함께 식사하는 것이. 나도 북소리 들린다고 그런 마을에 가서, 아주 가~~~ 끔만 요리하고 밥 사먹고 동네 고양이랑 놀고 싶다.


4. 미리 마음 준비를 시킨다.

남편이 그리스 섬으로 3년 나를 따라 원정 나갈 마음이 없는 것 같으면 협박으로 넘어간다.

"남편~ 나, 몇 년 안 남았어. 요리 본능 없어질 날이."

역시 작가답게 밥하기 싫다는 얘기를 그렇게 멋지게 돌려 말한다. 내가 해주는 요리는 모두 맛있다 매 끼니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남편에게 미리 일침을 놓고 마음 준비를 시킨다.


음식과 건강에 관한 책도 찾아 읽고, 유튜브 새로운 정보도 받아들인다. 생협이나 한살림을 적절히 이용하고,  알래스카 연어도 주문해 먹는다. 먹다 보면 좋은 먹거리도 먹고, 독이 되는 먹거리도 모르고도 먹고, 알고도 먹는다. 난 그 중간 어디쯤을 방황한다. 답은 없다. 세상의 지식을 모두 흡수하고, 가장 좋은 먹거리를 공수해 먹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도,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만 소소히 마음 쓰며 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삼시세끼 간식까지 집에서 먹는 우리 가족은 댕댕이 까뭉이가 부럽다. 하루에 두 번 생식 식단에, 항상 채워져 있는 사료에, 가끔 애절한 눈빛만 보내면 얻어먹을 수 있는 건강 오리 스틱에, 돼지고기 귀때기 말린 것에. 우리 집에서 가장 건강한 먹거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다.


누가 내 입에도 그런 먹거리 안 넣어주나?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오늘 점심은 뭘 지지고 볶나? 점심이나 차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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