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9. 13 율이 생후 102일의 기록
입원 기간 중에도 율이가 통잠을 잘 자주고 있다. 어제는 율이가 ‘오늘은 잘 자줄까?’하며 염려하기보단 ‘새벽에 기저귀를 효율적으로 갈자!’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이젠 나도 마음이 놓인 건지 새벽에 간호사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잠을 잤고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율이는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다리도 번쩍번쩍 들고 옹알이도 많이 했다. 아침 회진 때 교수님이랑 담당 간호사님이 같이 오시는데 오늘은 교수님만 혼자 오셨다. 균 배양 검사에서 균이 없다고 나왔는데 2차 소변검사는 어떤지 확인하고 괜찮으면 오늘 퇴원이라고 하셨다. 이내 얼마 안 있다가 다시 오셨고 결과를 확인했는데 균이 나오지 않았다며 오늘 퇴원시켜 드리겠다고 하셨다!
천사 엄마가 추천해 주셨던 기저귀를 로켓 배송으로 주문했었고 집에 도착했다고 해서 남편에게 오늘 올 때 챙겨 와 달라고 했었는데! 정말 기뻤다. 율이에게 집에 간다고 기쁘게 말해주고 얼른 밥을 먹고 짐을 싸야지 싶었다. 이 많은 짐들을 싸기 전, 정말 씻고 싶었다.
율이가 옹알이를 하며 잘 놀길 래 "율아! 엄마 5분 만에 빨리 씻고 올게!" 했는데 천사 엄마가 "제가 봐드릴게요." 하셨다. 천사 엄마... 감사합니다...!
그렇게 후다닥 물 샤워를 마치고 자리로 왔는데 천사 아들도 와있었고 율이를 귀엽다는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가 머무는 827호실... 따뜻해...
그러고 나서 하나씩 짐정리를 하는데 천사 아들 담당의가 오셔서 상태를 전하며 퇴원 안내를 해주셨다. 와! 우리 율이만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천사 아들도 집에 가는구나. 정말 기뻤다. 같이 인사도 나누고 훈훈하게 마무리!
집에 오니 뭐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씻고 맑은 정신으로 정리하자 싶어서 율이에게 모빌을 틀어주고 후다닥 씻고 나왔다. 앞에 보이는 짐부터 정리하고 있는데 마침 눈에 분유포트가 들어왔다.
“에고... 이거부터 할걸..." 하며 아차 싶었는데 율이가 슬슬 배고파하는 게 보였다. 기록을 보니 수유 시간이었다. 물을 500cc만 후다닥 끓인 후 빠르게 식히려고 끓은 물을 젖병에 옮겼다. 그리고는 찬물을 담은 그릇에 젖병을 담아 식혔다. 율이는 울고 있었고 쪽쪽이를 물렸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졌네? 다시 물리긴 찝찝해서 율이를 안고 방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끌다 겨우 수유를 마쳤다.
어서 짐 정리를 하고 싶은데 진척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아... 정말 옆집아주머니를 불러 율이를 잠깐 봐달라고 하고 싶단 생각까지 들었다. 남편은 퇴원 수속을 마치고 집에 데려다준 후 다시 회사가 가야 했고 가족들은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진짜 내 몸이 둘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래도 돌리고 젖병도 세제를 푼 통에 다 담가놓고, 청소기도 돌렸다. 율이가 오늘은 목욕을 못한다고 했는데 영 씻기고 싶어서 얼굴, 손처럼 씻길 수 있는 곳은 다 씻기고 손수건에 물을 묻혀 몸을 구석구석 닦아줬다.
그렇게 눕혔는데 율이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선 그 손을 다시 빨려고 했다. 입원 기간 내내 머리를 못 감았는데...! "율아 안 되겠다! 머리 감자!" 율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는데 내가 씻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닥이 미끄러웠다. 싱크대로 자리를 옮겨 율이를 안은 채 손에 물을 묻혀 샴푸를 짜선 머리카락에 문질 문질하며 씻기기 시작했다. 물로 헹구는데 물이 율이 얼굴 위로 후두두둑 떨어졌다. 물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는데 물이 내 허벅지를 타고 다리로 흘러 내려갔다. 율이는 어깨까지 옷이 다 젖어 있었다. 안방으로 가 침대에 율이를 눕힌 후 후다닥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혔다. 율이가 어떤 상태인지 얼굴을 보니 웃어준다! 휴... 다행이다...!
입원 기간 중 율이 손톱을 다듬어주려고 했는데 건전지가 닳아서 하다가 말았다. 건전지를 사거나 요청하면 되는데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다. 율이 손톱도 다듬어주니 이제야 단장한 느낌이 난다. 율이를 안고 둥실둥실 춤도 추고 눈도 마주치며 웃었다.
율이 많이 컸네! 입원실은 조명이 어두웠고 누워 있다 보니 얼굴이 계속 퍼져 보였는데 집에서 밝은 조명으로 본 우리 율이, 왜 이렇게 더 더 귀엽냐! 율이가 퇴원을 해서 집에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율이 앞에서 티셔츠에 팬티바람으로 팔을 크게 휘저으면서 춤을 추고 난리가 났다.
"유다당~ 아구아구, 옴뇸뇸뇸 왕밤빵 빵빵" 하면서 얼굴을 찌푸렸다가 웃었다가 하니 내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웃어주었다. 그러다가 점점 더 난리가 난 내 모습에 율이가 난처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아기도 난처하다는 듯이 웃나?
이 아가 뭐야. 왜 이렇게 재밌어?
저녁 시간이 되어 남편이 퇴근 후 집으로 왔다. 함께 저녁을 먹고 뭘 하면 되냐는 말에 트림을 시키고 재워달라고 했다. 남편은 젖병 설거지를 하겠다고 했는데 내 손으로 아주 박박 닦고 싶었다.
젖병 개수도 많았고 그에 따른 젖꼭지, 젖병 뚜껑, 보온병, 휴대용 분유통 등 관련된 설거지 거리가 정말 많았다. 양은 많았지만 할 만했다. 강율! 네가 집에 와서 그런가 봐.
지난 4일간 많은 일이 있었다. 이미 입원했던 일은 까마득한 과거가 된 것 같다. 천사 엄마, 천사 아들도 집에 잘 가서 쉬고 있겠지? 덕분에 입원 기간 중 많이 배웠고 육아의 힌트도 얻게 됐다. ‘아이는 어른을 모방한다는 것을 눈으로 봤던 시간’이었다. 인하대병원 827호실, 병원이었음에도 그 방 안에서만큼은 정말 많은 웃음들이 넘쳤던 곳. 그래서 더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