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9. 22 율이 생후 111일의 기록
‘미쳐버려 파쳐버려’는 유모차 데뷔를 신나게 하고 집에 와서 세탁기를 돌린 후, 세탁기를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세탁기를 열었는데 투명한 질감의 다소 큰 알갱이들이 아기 빨랫감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보였다.
"엥? 이게 뭐지?"
유심히 알갱이들을 보다가 "설마 기저귀??" 하는데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떡해! 나 기저귀를 같이 돌린 거 같아!"
남편이 세탁기로 가서 빨랫감 사이를 헤치더니 물에 부푼 기저귀 하나를 찾아냈다.
“하아... 미치겠다...”
빨랫감들에 다닥다닥 붙은 알갱이들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빨랫감들을 욕실로 옮기고 샤워기의 물줄기로 알갱이들이 씻겨 내려가도록 했다. 그래도 찝찝해서 아기 욕조에 빨랫감을 옮긴 후 하나하나 옷들을 건져내며 세척했다. 빨랫감에는 옷은 물론이고 손수건, 턱받이처럼 부피가 작은 것들도 있었고 담요, 원형 러그처럼 부피가 큰 것들도 있었다.
남편이 하겠다고 했지만 이 알갱이들이 떨어지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뒷마무리는 남편이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빵을 데워줄 테니 먹으면서 쉬라며 식탁 위에 빵이랑 우유를 세팅해 주었다.
그렇게 빵 2개를 우유랑 맛있게 먹으면서 쉬고 있었다. 식탁 위엔 분유통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에엥? 6개월 이후부터 첫돌까지?” 자세히 보니 2단계 분유였다.
“와... 진짜 미치겠네... 어떡하지?”
동네 마트엔 분유가 없지만 대형마트에선 팔 것 같아서 남편에게 이마트에 가서 1단계 분유를 사 와 달라고 했다. 남편은 영업을 하는지 일단 확인해 보자고 했고 검색해 보니 ‘휴무’라고 안내돼 있었다.
당근 어플을 급하게 켜서 율이가 먹고 있는 분유 1단계 새 제품이 있는지 검색했다.
“오! 있다!”
그렇게 남편은 부랴부랴 분유를 찾으러 갔다.
대체 언제부터 먹인 걸까 생각해 보니 인하대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 개봉했던 것 같다. 그렇게 치면 1주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안 게 정말 다행이었다. 행여나 업체에서 잘못 보낸 것인지 주문 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명확히 내 실수였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이 상황을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좋아” 라며...! ‘와... 우리 남편은 진짜 보살인가?’
그러면서 남편은 삭신이 쑤신다며 주물러 달라고 했다. 나도 허리가 너무 아프다...! 미친다 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