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08 율이 생후 127일의 기록
두 번째 수유를 하고나서 한참 후 율이가 턱받이에 게웠다. 턱받이를 갈아주려고 하는데 초록빛의 가래가 묻어있는 게 보였다.
환절기인 만큼 감기에 걸릴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보는 초록 가래를 마주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아기 초록 가래’라고 검색해보니 여러 개의 글들이 나왔다. ‘진짜 감기인가?’ 감기에 걸리면 요로감염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었는데 고민하느니 소아과에 가보자 싶었다. 그 때 시간이 11시 35분이었다. 전화해보니 12시까지는 와야 한다고 했다.
으라차차차! 없던 힘도 생긴다! 지금 가야한다! 점심시간 후에 가는 건 마음이 못 견딜 것 같다. 또 하나, 그때가면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환절기라서 대기실에 콜록콜록 소리가 많이 들릴 것 같다. 지금 가야돼! 으라차차차!! 힘이 난다! 아니 힘이 나야한다!!
“이 날씨에 율이 옷은 어떤 걸 입혀야 하지?”
가을에 입기 좋은 외출용 우주복을 꺼냈는데 생각보다 입히기가 어렵다. 패스. 율이 입고 있던 옷에 초겨울까지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제법 도톰한 잠바를 입히고 양말을 신기고 모자를 씌웠다. 친정 엄마가 사준 극세사로 된 아기 담요도 꺼냈다.
유모차에 율이를 눕히고 버클을 채우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 ‘아 몰라, 일단 한개만 채워!’ 안전바를 꽉 채우고 그 위로 극세사 담요를 덮고 유모차 뚜껑을 끝까지 내렸다. 소아과로 출발! 시간이 없다. 빠르게 무브무브! 인도는 또 왜 이렇게 덜컹거리는지...
부랴부랴 소아과에 도착! 예상했던 대로 점심시간이 다 되가는 평일 소아과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초록 가래 사진을 보여 드리니 콧물이 뒤로 넘어간 것 같다며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다. ‘다행이다......’ 간 김에 귀에 상처 난 것도 보여드리고 안연고를 처방 받았다.
집에 도착했을 때 율이는 잠들어 있었고 율이를 눕힌 채로 가제손수건에 물을 묻혀서 세수를 시키고 손을 닦았다. 겉옷도 조심스럽게 벗겼다.
내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기진맥진. 힘이 다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깨끗이 씻고 쉬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점심을 거하게 차려먹고 고함량 종합비타민을 먹었다. 저녁엔 불고기를 볶아서 또 거하게 먹었다. 고기를 많이 먹으니까 힘이 나는구나?
오늘의 배움은 소아과는 가까울수록 좋다는 것! 기력 보충엔 고기가 답! 그리고 또 하나, 내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면 내 인생이 최고의 인생이 된다는 것. 건강히 잘 크고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한 하루다.
율이를 재우면서는 율이 손을 만지작거렸다. 아기 손치고 큰 편 같아서 볼 때마다 놀랬는데 정작 만지면 그야말로 아기 손 인거다. 율이 손이 나보다 커지는 때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