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은 사랑입니다

2024. 12. 30 율이 생후 210일의 기록

by 곰곰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식 책 표지에 ‘이유식은 사랑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처음에 봤을 땐 그저 상투적인 표현이라 생각했다. 다시 보니 ‘!!’ 느낌표 두 개도 붙어있다. 상투적인 표현인 줄 알았는데 이유식은 진행할수록 사랑 그 자체다. 느낌표 두 개가 붙어있는 것도 찰떡이다. 마침표가 아니라 느낌표가 딱 들어맞는다.

며칠 전부터 이유식을 하면 율이가 중간에 우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정말 잘 먹어주었기에 울음이 당황스러웠다. 되직해서인가 싶어 물을 섞어 농도를 조금 더 묽게 주기도 했는데 몇 숟갈 잘 먹더니 또 우는 것이었다. 우는 율이를 의자에서 빼내 안고 달랬다. 다음날도 또 울고, 다음날도 또 울었다. 속이 탔다. 찾아보니 배는 고픈데 이유식 속도가 분유를 먹는 것만큼 빠르지 않아 짜증이 난 것이었다. 성에 안 차서 울었다니, 몰라준 게 정말 미안했다.


분유 수유를 먼저 하고 이유식을 먹이니 모처럼 평화가 찾아왔다. ‘방법을 찾았다!’ 하며 기뻤고 ‘이제 됐다!’ 싶었는데 오늘 첫 번째 이유식을 하다 슬슬 짜증을 냈다. 지루한지 의자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나오려는듯한 몸짓을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스러웠다. 의자에서 빼내 안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됐다. 점점 짜증이 많아져서 결국 율이를 안고 나머지 이유식을 먹이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 조금 남았을 때 다시 의자에 앉혔다.


두 번째 이유식 전엔 처음으로 딸기를 먹었다. 생애 첫 과일이기도 했는데, 정말 얼떨결에 먹었다. 친정 엄마 아빠와 간식으로 먹으려고 준비했고 쟁반을 내려놓았는데 율이가 아주 빠르게 딸기가 있는 접시로 향했다. 이유식 책에서 초기 이유식 식단표에 이때쯤, 딸기도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굳이 말리진 않았다. 그렇게 처음 맛보게 된 딸기.


먹고 나니 입 주변이 빨개졌다. 딸기 과즙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도 입 주변이 벌개서 혹시 몰라 아는 동생에게 연락해 보니 바로 전화가 왔다. 딸기는 돌 무렵에 먹는 과일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씨를 제거하고 속 알맹이만 줘야 한다는 말과 함께. 아는 지인 아기는 음식 알레르기로 목구멍이 부어서 숨을 잘 못 쉬어서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까 율이가 소리를 지르고 놀긴 했는데, 오늘따라 목이 쉬었다. 지금까지 목이 쉰 적은 없었는데... 하필 딸기를 먹은 후에 입도 벌게지고 목도 쉬고. 설마 딸기 때문에 목이 부었나? 내일 소아과를 가야 하나? 이 밤, 율이는 아주 사랑스럽게 자고 있는데 내 마음은 무겁다.

오늘은 처음으로 밀가루 테스트를 한 날이기도 했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이라서 사실 매우 부담스러웠다. 율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처음 접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먹이기 전에 몸 구석구석을 먼저 살폈다. 어제 보일러 조절을 잘 못해서 방이 조금 더웠는데 그 영향인지 등에 태열처럼 올라와있었다. 밀가루 쌀죽을 먹고 나서 다시 구석구석을 살폈다. 등 쪽에 원래 있던 태열 옆에 같은 모양새로 번진듯했다. "알레르기인가? 태열 같은데... 아닌 게 맞겠지?" 하고 있는데 친정엄마, 아빠가 오셨다. 상황을 말씀드리니 알레르기 반응은 입가부터 온다고 하셨다. 이렇게 첫 번째 알레르기 테스트를 마쳤던 상황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딸기에서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유식은 사랑입니다!!’라는 문구를 조금 더 자세히 내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유식은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 같다. 율이가 이유식 초반부터 그릇째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핑거푸드를 6개월부터 시작해야 하나 싶어 애호박을 핑거푸드로 준 적이 있었다. 막상 준비는 했는데 목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됐고 구역반사를 하는 모습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싶어 그대로 중단한 적이 있었다.


이유식을 하면서 마치 신생아 시절에 배앓이를 했을 때 이 방법 저 방법을 찾고 하나씩 시도했던 것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특히 율이가 중간에 울었을 땐 ‘율이 기출문제’를 푸는 기분이었다. 연구원처럼 침착하게 울음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았나 싶었지만, 현실 속 이유식 시간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출문제가 생기면 이내 마음이 크게 일렁였다.


달걀, 땅콩처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재료들에 대한 테스트가 남아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부담스럽다.’ 내가 몸을 살피고 내가 판단해서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했을 땐 치우는 게 만만치 않아서 사랑의 힘으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행할수록 ‘사랑을 확인’하는 작업 같다. 이토록 걱정하고, 이토록 지극정성이다.


이앓이를 하는 율이를 보며 농담 삼아 율이가 사람 되려고 애쓴다고 했었는데 ‘내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토록 율이를 사랑하고 있다. 사랑으로 한다. 사랑을 확인한다.


20241230.png 이유식은 사랑,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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