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또 우당탕탕

2024. 12. 21 율이 생후 201일의 기록

by 곰곰

주방 수납장을 열어 분유가 얼마나 남았는지, 주문할 때가 되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1단계 분유는 1통, 2단계 분유는 2통이 있었는데 2단계 분유는 두어 달 전부터 있었다. 9월 초 정도로 기억한다. 1단계를 주문해야 하는데 잘못 주문해서 2단계를 일주일째 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발견한 그때의 상황도 참으로 ‘우당탕탕’이었다.


기저귀를 모르고 세탁기에 함께 돌려서 난리가 났던 날이었다. 아기 세탁물에 덕지덕지 붙은 기저귀 알갱이들을 1차적으로 제거하고, 급하게 검색해서 뒤처리를 했다. 내가 저지른 일을 남편도 같이 처리해 주었는데, 남편은 본인이 마무리할 테니 이제 쉬라며 식탁에 간식을 차려줬었고 한숨 돌리며 쉬는데 분유통에 적혀있는 숫자가 1이 아닌 2라는 것을 발견했다.


3개 세트를 구입했었는데 이미 1개는 오픈해서 일주일째 먹인 상태였고, 기저귀가 아기 세탁물에 어떻게 딸려 들어간 것인지,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게 속상했었다.


오늘은 2단계 분유통을 보며, 곧 7개월을 앞둔 율이가 이제 이 분유를 먹을 때가 오는구나 하며 그날을 잠시나마 회생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나의 불찰에 마음이 상당히 무거워졌다.


율이가 거실에서 놀 때 이유식 책을 펴놓고 보고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율이가 내 곁으로 오면 책에 있는 음식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해주곤 했었다. 오늘도 그러한 날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율이가 이유식 책을 잠시 혼자 보게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율이에게 가까이 갔을 때 책 오른쪽 상단이 침에 젖여 있었고 손으로 만져 이미 많이 손상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편에게 말하니, 일단 책을 말려보자고 했고 종이를 먹진 않은 것 같다는 말에 안심했다. 나 역시 그 상황을 봤을 때 먹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입을 대서 침은 묻었지만 손으로 만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구겨져서 손상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말린 남편이 종이에 구멍이 났는데 아무래도 해당 부분을 먹은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때 토핑 이유식 큐브를 만드는 중이었는데, 이유식 책에서 재료를 찜기로 한꺼번에 찌고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나서 오늘은 꼭 그렇게 해봐야지 하며 나름 벼루던 날이었다.


준비한 재료는 '애호박, 청경채, 당근, 양배추, 단호박, 브로콜리'였다. 집에 있는 찜기는 이 재료들을 모두 담기엔 작았기에 함께할 수 있는 재료들은 같이 찌고 양배추, 단호박처럼 양이 많은 것들은 따로 찌게 됐다. 그리고 쌀오트밀죽도 만들었는데 한 번은 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찐 채소들을 식히고 무선다지기로 재료 하나씩을 다진 후, 다지기를 씻고 다시 다지는 것을 반복했다.


채소들은 손질부터 했던 것이었는데 칼로 썰고 난 애호박 꼭지, 당근 껍질 등이 개수대에 있는 것을 포함해 주방은 엉망이었다. 찐 채소들을 다진 후, 다지기 씻기를 반복하며 체력은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그야말로 뻗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검색해 보기는 어려웠고 마음은 몹시 불편했다. "종이 먹은 거 괜찮을까?"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은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불편했다. 일단 어서 큐브를 만들고 검색을 해보자 싶었지만 뒷정리를 하면서 '아까 율이를 한 번 더 살필걸...' 후회가 깊어졌다.

남편과 함께 마무리를 하고 부랴부랴 검색을 했다. 검색 창에 '아기가 종이를 삼켰어요'라고 쳐보니 많은 사례들이 있었고, 응가로 나올 거니 괜찮다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글들을 보는데 눈물이 고였다.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웃풋은 못마땅하고 정말 '그저 노력'에 그치는 것 같아 속상한 오늘.

율이 응가에 종이야... 제발... 나와주라...


20241221.png 이유식 책에 구멍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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