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잡기가 필요해

2024. 06. 10 아가 생후 7일의 기록

by 곰곰

어제 처음으로 유축을 시작해서 3시간에 한 번씩 새벽에도 유축을 했다. 중간에 깨서 다시 잠들 때 바로 수면모드로 돌입한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다. '나한테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니야?' 순간 걱정이 되었다. 제왕절개 붓기라고 폭풍검색해보니 수술 후 충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축부터 할지 밥부터 먹을지 고민하다가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원래 국물은 거의 안 먹고 건더기만 먹곤 했는데 국물까지 먹어야 된다고 해서 세브란스 때부터 들이키고 있다.


밥을 먹고 유축을 하는데 내선번호가 울렸다. 전화를 받았는데 황달 검사 얘기를 꺼내시는 거다. 어제 아기 얼굴이 약간 누래 보인다고 말씀드리긴 했었다. 소아과 회진을 오전에 했었는데 황달 끼가 있어보여서 검사를 요청해서 진행 중이니 1층 원무과에 가서 수납을 하고 오라고 하셨다.


유축은 1분 30초가 남은 상황,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던지...


남편은 볼일이 있어서 밖에 있던 터라 원무과에 다녀왔다. 검사결과는 오전 중 알려주신단다. 때마침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상황을 알려줬다. 세브란스부터 우리가 느끼기엔 많은 검사를 해왔고 신생아 청력 재검사도 해야 하는 상태라 검사 얘기만 나오면 지치는 마음이 들었다. 신생아 황달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상황이 불편하고 걱정된다. 정말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건강하게만" 이 한 가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왜 태명을 열무, 튼튼이로 정하지는 이해가 된다.


복도를 걷자 싶어 걷고 있는 데 관리사님께서 황달 검사 결과를 말씀해주셨다. 치료가 필요한 수치는 아닌데 지켜보자고 하셨고 내일 한 번 더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방에 가서 쉬고 있는데 때마침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를 나누었는데 순간 남편이랑 아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부성애가 느껴졌다. 어제 남편이 아가를 안고 있는 데 하나도 안 무거웠다며 1시간을 안고 있었는데 그게 정말 좋았다고 했다.


아까 원무과에 갔다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BCG 접종을 하러 온 아가인지, 아주 조그만한 아기가 친정엄마처럼 보이는 분 품에 안겨있었고 그 옆에 아기 엄마가 서있는 모습을 봤다. 지나가던 분이 "아고 예뻐라" 하고 가셨고 친정엄마처럼 보이는 분께서 아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계셨다. 순간, 아 ‘우리에게도 아기가 찾아와주었는데, 우리도 함께하고 있는데!’ 하며 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아가와 함께한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생각해보니 난 아직도 머리를 못 감았네? 머리 스타일은 심각하게 엉망이고 피부도 거칠고 심지어 역대급으로 많이 부은 상태다. 이런 내 모습이 새롭게 열린 일상이 아직 며칠 되지 않았음을 여지없이 알려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아가와 함께하며 매일매일 더 많이 웃고 있는 나와 남편을 보게 된다. 아가가 신생아실에 있을 땐 아가 얘기를 하고 아가 영상과 사진으로 웃는다. 아가와 함께 할 땐 그저 쳐다보기만 하고 있어도 신기하고 예쁘고 귀엽고 표정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또 웃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을까?” 남편과 함께 얼굴 분석에 들어가면 끝도 없다. 신기한건 남편을 닮은 부분은 인디언주름 하나정도? 남편은 서운해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인디언 주름을 닮은 게 너무 좋단다. 말도 안 되게 예뻐서 어떻게 표현이 안 된다.


소중해지는 만큼 의연하지 못하고 불안도 커질 수 있겠다 싶다. 아까 수납을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진짜 중심을 잘 잡아야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을 텐데 그거 하나하나 흔들리면 어떡하나 싶다.


어제는 남편이 9월에 있을 아가 청력 정밀 재검사를 심각하게 검색하고 있었다. 뇌실 이슈 생겼을 때 내가 미친듯이 검색했는데 말이다. 남편에게 그랬다. 우리가 지금 알아볼 것은 신생아 딱꾹질 멈추는 법이라고 말이다. 이제 그만하라며...! 그러면서 아가 사진과 영상을 함께 봤다.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어제 저녁엔 우리가 정신이 없어서 가족 카카오톡 단체방에 아가 사진 전송이 늦어졌는데 친정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영상통화로 다시 걸었는데 동생이 집에 와서 아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엄마한테 아기가 누구 닮은 것 같냐고 물어봤더니 "남의 애기는 잘만 보이더니 우리 애기는 잘 모르겠네" 라고 하셨다. 우리애기! 나는 그 표현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정말, 오전에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아기를 안고 있던 친정엄마의 모습. 그런 모습이겠지 우리엄마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저 신기한 날들 속에서 아득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다. 밥을 먹고 나면 처음으로 나와 아기 둘이서 보내는 모자동실 시간이다. 거의 다 남편이 케어를 해서 속싸개도 처음이고 트림도 처음이고 안았다가 다시 눕히는 것도 처음이다. 걱정이 되기보단 기대되는 마음이 크다.


20240610(1).jpg 조리원에서도 영양제를 부지런히 챙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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