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 11 율이 생후 8일의 기록
어제 밤엔 잠을 드문드문 잤고 오늘은 늦잠도 잤다. 제대로 씻지 못한지도 꽤 많은 날들이 지나 몸은 끈적였고 가렵다가 따가워서 느껴지는 불쾌감이 컸다. 천장 에어컨이 침대 완전 바로 위에 있는데 에어컨을 끄면 덥고 에어컨을 켜면 건조하다.
몸이 불편해서였을까, 오랜만에 악몽을 꿨다. 꿈에서 깨고 화장실도 갔다가 다시 잠에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렇게 된 김에 율이 사진을 보다 잠을 자기로 했다. 아침엔 도저히 못 일어나겠어서 시간을 끌고 끌다 겨우 밥을 먹기 위해 깼다.
율이랑 모자동실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또 무언가를 하고 오후 느즈막히 가슴을 한 번 더 체크해주신다 하여 피부 관리실에 다녀오니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남편이랑 같이 조리원 복도를 걷고 있는데 친정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실밥제거 경과에 대한 이야기와 율이 이야기를 하다 전화를 끊었다.
어느새 저녁 모자동실 시간이 되어 율이랑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냉장고에서 요거트를 꺼내 남편이랑 먹었다. 오늘은 조금 걸었던 것 같다며 다시 걷고 돌아오니 잘 시간이다.
디데이 달력은 미리 넘겨놨는데 어느새 내일이면 생후 9일이다. 9라는 숫자가 무언가 이제 후반부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에 "언제 이렇게 됐지?"하며 새삼 놀랐다.
실밥도 떼는 시점이 된 만큼 세브란스에서의 기억보단 조리원에서의 생활에 더 빠르게 적응하고 세 식구가 된 일상도 적응하고 있다.
율이랑 함께하는 모자동실 땐 그 시간 속에 폭 빠져있어 내가 보내는 일상이 어떤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정신없이 흘러간다. 그러다 남편이 지인들에게 율이 사진을 보냈다며 그 내용을 슬쩍 보여줬을 때 되게 조그만한 신생아가 어떻게 우리 아기인지, 어떻게 내가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8일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것인지, 객관화하여 우리의 상황이 비춰지고 다시금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음에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율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지 싶다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하며 시간의 흐름에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세브란스부터 지금의 조리원 생활까지 늘 남편과 함께하는 덕분에 율이의 변화과정과 성장 과정을 함께 볼 수 있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단 지금 율이의 표정, 행동에 집중하며 그러한 모습들이 하나같이 신기하고 또 웃어가는 나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남편 덕분에, 율이 덕분에 오늘도 참 많이 웃었다. 이러한 일상이 가능한 것도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