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으러 직원 휴게실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식어 있던 공간을 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히터를 틀어도 온몸을 으슬으슬 떨게 만드는 공간. 이럴 줄 알았으면 점퍼를 입고 올라오는 건데 후회가 밀려왔다. 도시락 반찬은 어제 저녁에 먹었던 훈제 삼겹살과 고추장아찌이다. 어제 저녁 반찬을 점심때 다시 보니 식욕이 떨어진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전자레인지에 반천을 조금 데웠다. 천천히 먹으니 먹을만했다. 밥을 다 먹을 때쯤 휴게실이 따뜻해졌다. 앉아 있기 힘든 공간이었는데, 어느새 나가기 싫은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2024년이 되면 좀 더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2023년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2024년에도 그대로 옆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은 답답해진 마음과 함께 산책을 할까 일을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일이 아이 방학식이라 휴가를 내야 하는데, 점심을 먹고 그냥 일을 할까 하다가 2024년 첫 산책을 1월 2주부터 하기에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들어 산책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무실을 나서니 날씨가 심상치 았았다. 아주 온도가 낮진 않는데 날씨가 아니라 축축하고 뼛속까지 시린 날씨이다. 이런 날은 비나 눈이 오곤 했다. 사무실을 나올 땐 자유공원까지 크게 한 바퀴 산책해야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말 비나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중구청 뒷골목으로 작게 한 바퀴만 돌고 들어오기로 산책 노선을 급하게 바꾸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으로 골목길을 걷는데 얼굴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무심코 하늘을 보니 하늘이 회색빛이었다.
무심코 본 하늘. 난 언제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았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늘 곁에 공기처럼 붙어 있지만, 고개만 위로 들면 바로 볼 수 있지만 잘 보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좋거나 아니면 너무 나쁠 때 변화가 감지되는 순간에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곳 개항장의 보통의 날씨의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2024년에는 산책을 하며 자주 하늘을 보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