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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l 31. 2023

OTT의 호황이 불러일으킨 OST 대공황 시대

멜론 차트로 살펴본 2023년 K-OST 근황

  20년대 진입 후 두드러지는 국내 차트의 이상 현상 중 하나는 드라마 OST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22년 멜론의 연간 TOP 100 차트에서는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사내맞선>의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그리고 10CM의 ‘서랍’, 방탄소년단 V의 ‘Christmas Tree’, 원슈타인의 ‘존재만으로’ 딱 4곡만이 신규 발매 OST로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몇 안 되는 사례 또한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처럼 원래부터 꾸준한 국민적 인기를 구가했던 곡들이거나 성시경 ‘너의 모든 순간’처럼 역주행한 경우 정도다. 21년에도 신규 음원으로서 연간 TOP 100을 지킨 곡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OST들뿐이었다. 즉 과거 <도깨비>, <태양의 후예>, 그리고 <호텔 델루나>로 대표되는 드라마 파워와, OST를 통해 음악 차트까지 뒤흔들었던 그들의 위세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이와 같은 흐름을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OTT의 번영이라는 관점에서 그 인과관계를 추론해 보고 싶다. OTT는 기존 TV 드라마 및 영화 콘텐츠에 내재된 시간(본방, 상영시간)과 공간(TV, 영화관)이라는 물리적인 제한을 파괴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많아지므로 취향 기반의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콘텐츠 쪽으로 소비가 분산된다. 추가로 해외 드라마, 애니메이션, 예능까지 한 번에 해결되니 굳이 국내 드라마만을 소비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가설 외에도 OTT와 유튜브 콘텐츠가 활성화됨에 따라 TV 드라마의 화제성이 감소되었다는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스트리밍과 유튜브 뮤직, 플레이리스트 문화가 자리 잡은 뒤 차트 중심의 소비에서 취향 중심으로 소비가 분산된 음악 시장과 비슷하다. OTT 또한 영상 콘텐츠를 자유자재 스트리밍 시키므로 콘텐츠의 ‘무게감’이 음악과 비슷해진 셈이다.



드라마 OST의 흥행은 이제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OTT의 번영이 TV 드라마의 트래픽을 분산시켰고, 그에 타이업되어 발매되는 메이저 아티스트들의 OST 인기도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가령 23년 1월부터 7월까지 발매된 드라마 OST 중 멜론 내에서 좋아요 1만 개 이상을 얻은 곡은 단 8곡뿐이다(위 이미지 참고 - 에스파와 다니엘은 드라마가 아니므로 제외). 심지어 현재 차트인한 곡도 없다. 예전과 같이 볼 만한 드라마는 똑같이 쏟아져 나오고 인기 아이돌부터 OST 씬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까지 꾸준히 활약하는 조건만 본다면, OST가 음원에서 이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음은 이상하다. 심지어 OST가 메인으로 밀고 가는 발라드가 트렌드적으로 사장된 것도 아니다. 결국 앞서 이야기한 드라마 자체의 트래픽 분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작 드라마(특히 로맨스 중심)와 OST 소비는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OST 제작사 측면에서는 예전만큼의 스트리밍을 보장해 주지 않는 OST에 굳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유명 가창자를 섭외하는 데에는 최소한 2-3천만 원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티스트(기획사)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에누리(?)를 적용해 줄 리 만무하다. 과거에는 비싸더라도 유명 가창자에게 최소한의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트래픽 전쟁이 한창인 ‘드라마 전국 시대’에는 그 저점이 더 낮아진 셈이다. 심지어 작년 가장 뜨거웠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재벌집 막내아들>도 OST 쪽에서는 그 흥행만큼의 소득이 없었는데, 유명 가창자라는 최소한의 보험이라는 개념마저 희미해진 상황에서 흥행 드라마 OST의 부진은 제작사 입장에서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작인 재벌집 막내아들 + OST 최강자 폴킴 조합에서는 놀랍게도 아무런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드라마 OST는 수익성보다는 홍보 정도를 위한 투자 혹은 프로모션으로 전락할까? 음악감독에게는 최소한의 곡수가 필요하니 1-2곡에만 유명 가창자를 섭외하고 나머지는 인디 아티스트 위주로 채우는 방법도 있다. 지금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드라마가 이렇게 하고 있으나 앞으로 OST의 수익성이 악화될수록 이러한 접근이 일반화될 수도 있다. 거꾸로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아티스트의 기발매곡을 OST로 사용하고 음악 제작비를 아끼는 동시에 수익 쉐어를 논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는 아티스트와 드라마 두 IP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OST와 프로젝트 음원은 쉽사리 소비하지 않는 아티스트 팬들의 반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물론 이 방안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제작사로서의 수익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비싸더라도 예전 가창자 섭외 방식이 나을 수도 있을 거라고 짐작되지만 말이다.





by 최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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