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팡이꽃 Sep 14. 2016

그대가 그랬다는 걸 믿을 수 없어

<노래로 그린 하루 Track.01>

※노래와 그림으로 하루를 써 내려갑니다.


<오늘의 그림>
<오늘의 노래> 곰팡이꽃-그대가 그랬다는 걸 믿을 수 없어




■ 주저리 - 노래 뒷 이야기



1.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을 10년 정도 지나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애틋하고 아련하고 아름다운 기억은 '추억'이라는 단어 안에 있을 때만 아름답다 말하는 타인의 말이 새삼스레 되새김되는 밤이었다.  



2.

가장 가까이에 있고 잘 이해하고, 굳이 '이해'따위의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순수한 그 시절에는 '친구'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나 '친구'라 부르던 그와 나는 누구와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어른이 되었고, 각자의 울타리 안에 속하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나 시기는 제 각각이었지만 어찌 됐던 세상이 말하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서로 지켜보았고,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친구'라 불렀다. 


헌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정확히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의 때를 탄 건 나나 그나 별반 다를 것 없었지만, 그는 어디서 어떤 검댕이 묻은 건지 전과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어도 그와 그의 이야기는 겉돌았고, 그 이물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큰 목소리와 제스처, 그리고 약간의 우스개가 섞인 허풍 탓에 항상 주변의 주의를 끄는 사람이었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울타리 안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그를 보는 건 유쾌하지 않았고, 정도는 심해져 어느 순간 불편한 정도에 이르렀다. 그의 울타리가 그를 그리 만든 건지, 스스로가 그렇게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바꾸거나 무언가 바뀌기에는 우린 이미 풀이 잘 발라져 바짝 말라버린 벽지 같았다. 오래된 벽지 위에 새 벽지를 덮으면 감쪽같을 거라 생각하지만 새로 발린 벽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 벽지의 무늬가 비춰 보이는 것처럼 서로를 바꾸기에는 우린 이미 잘 말라 낡아 떨어질 날만을 기다리는 벽지나 다름없었다. 


결국 우리의 '친구'관계는 이내 끝났고, 남이 되었다.

누가 혹은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가사


그대가 그랬다니

절대로 그럴 순 없어


그대가 그랬다니

난 정말 믿을 수 없어


아마도 이건 큰 오해일 거야


그대가 변했다니

절대로 그럴 순 없어


이렇게 변했다니

난 정말 믿을 수 없어


아마도 이건 내 오해일 거야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누구도 네게 다가가지 못했던

그 날의 기억들이 남아 있는데

누가 그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 <노래로 그린 하루>는?

- 그림을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 노래를 그림으로 만들기도 하는 '곰팡이꽃'의 그림과 노래와 글로 만드는 하루


■ 즐기시는 방법

1. 그림을 봐주세요.  >  2. 영상을 재생하시면 노래가 나옵니다.  >  3. 주저리 적힌 글을 읽어주세요.

※ 미발매 곡에 좋은 음질도 아닌 스케치이지만, 원하시면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어요. :)


■ 다운로드

https://soundcloud.com/mouldpang/mf-i-cant-believe-you-did-sketch


■ '곰팡이꽃' 네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이런 잡기를 부리느냐?

- 문화와 동물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 못 나가는 유쾌한 미남 록큰롤 밴드 [패닉스위치] 기타/보컬. 2008년 결성. 안 팔리는 EP앨범 3장 보유.

- 홀로 포크 프로젝트 [곰팡이꽃]. 2005년 발매한 첫 음반 수익으로 3만 원 벌어 5만 원어치 술을 쏜 대인배.




○ 자매품 - 곰팡이꽃이 그리는 감정 낙서들 <애니멀! 아나 뭐?>, <하루樂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