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이 떠오르는 어떤 날에
"상점들이 즐비한 역전 제과점의 아들로 자랐기 때문에 나는 자영업자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그들에게는 일의 반대가 휴식이 아니라 손해다. 그래서 그들은 휴일에도, 심야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는다.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당분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 그러니까 매일 일하는 삶이다. 어린 시절에 내가 지켜본 이웃 상점 주인들의 삶은 근면하다거나 성실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들이 아침에 가게 문을 여는 광경은 일출처럼 당연했다. 그러니 어머니가 평생 만든 단팥죽과 팥빙수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조차 못하겠다. 그 그릇들을 쌓는다면 아마도 꽤 높은 탑이 되리라. 내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한들, 그 탑 아래에서는 고개를 숙여야만 하겠지. "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