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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Jul 10. 2020

여름의 한가운데서...

나에게 보내는 칭찬 3가지

2020년, 올 해의 딱 중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월요일이 네 번 지나가는 동안 나는 조금 특별한 여름을 보냈습니다. 먼저 기적처럼 책을 다섯 권이나 읽었고, 매일 저녁  홈트 영상을 틀고 10분간의 운동을 꼭 하고 잠들었으며, 무엇보다 가장 칭찬받아 마땅할 일은 한 달 동안 떡볶이를 3번밖에 먹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먼저 떡볶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매운 음식 중독자인 데다가 특히나 조금만 예민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떡볶이부터 찾는 사람입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떡볶이를 기본 주 3회는 먹었었지요. 그런데 사실 이번 달에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제법 마음이 무너지는 큰 일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떡볶이를 찾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하고 돌아보니 나의 소울메이트 떡볶이의 빈자리를 책과 운동이 채워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우연히 기사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땀을 흘리면 긍정에너지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마침 제가 읽은 책 중 한 권은 십 년 전 대학생 때 처음 읽고 나의 인생책 리스트에 고이 올려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었습니다. 자주 들여다보는 다른 인생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마음의 고향처럼 묻어두고 다시 한번 들추어 보는 일이 없었는데, 어쩌면 최고의 타이밍을 위해 그동안 아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으려면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인간에는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 "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강제수용소라는 상황,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안에서도 꿋꿋이 살아 내었던 이들의 기록을 보며 내 삶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다시금 기운을 차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용소의 생활을 상상하며 나의 처지를 조금은 낙관하게 된 것도 있겠지요.


사실 한동안은 쓰고 싶어도 펜을 들 엄두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을 쓰겠노라 호언장담했는데 막상 힘든 일이 몰리고 보니 이렇게 작아지고 나약해지는 나를 보며,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이런 걸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자기 관리에도 인간관계에도 감정 컨트롤에도 능한 30대가 되었다는 얄팍한 착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려 했는데, 막상 어둠의 터널을 지나게 되니 나도 이렇게 한없이 추락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책과 운동을 벗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보통의 일상을 되찾는 이 연습을 통해 저는 앞으로 분명히 더 유익한 글, 확신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다시금 힘을 내보려 합니다.


위기 속에서도 떡볶이를 먹지 않고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내 안의 고요와 평정을 찾아갔던 한 달은 슬프지만 뿌듯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역설적인 한 달을 잘 버텨준 나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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