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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Jan 18. 2024

프롤로그 : 나는야, 달팽이 엄마

  어떤 이에게는 느립니다. 어떤 이에게는 꼼꼼합니다. 그저 나는 사랑 가득한 달팽이입니다. -부디 오해 마시길. 속 터질 정도는 전혀 아닙니다. 성격이 급한 대비 몸은 느립니다. 그래도 하나라도 빠르니 다행이라고 생각될 때가 자주 있습니다. - 큰 일에는 대범하지만 작은 일에는 더 작은 마음이 아무 때고 튀어나와 대응하고는 합니다. 진짜 어른이 되는 배움의 과정에 있다, 잘하고 있다며 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를 해보는 달팽이입니다.

  오직 자신 하나 지켜내며 사회생활을 하던 달팽이는 조금 다른 종류의 남자, 최애씨와 만나 결혼이라는 약속의 터널을 지나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저 보통 사람인 내가, 감사하게도 순수하고 속 깊은 오복, 오팔 남매의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서투르지만 무언가 깨우치는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브런치북을 몇 날 고민하는 엄마 옆에는 브런치의 존재를 이해 못 하는, 유치원 형님반이 될 3월 만을 기다리는 오팔이가 앉아 있습니다. 그녀의 자세는 마치 1학년 교과서의 앞부분에 나오는 본보기 같습니다. 앉았다하면 자연스레 거북이로 변신하는 엄마의 옆모습은 어린아이에게 자극을 받고 약 3초 간 너무나 어색한 스트레칭 자세로 잠시 천장을 바라봅니다. 엄마를 한참 기다린 걸까요. 만화 시간이 끝났다는 알람이 울려서 일까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멍 때리는 엄마를 잠깐동안 살피더니, 공간 점령자가 된 듯 달려와 빈틈없이 꼭 붙어 안깁니다. 그녀는 무슨 결심을 내렸는지 A4용지와 연필을 챙겨 본인의 자리를 확보합니다. '책 제목'을 적는 그녀. 도와주고 싶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본인의 책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의 눈빛이 하얀 종이를 쏘고 있는 것을 보니 도움이 아님이 확실합니다. 막힘없이 써 내려가는 조그마한 손이 부럽기만 한 엄마는, 모니터 앞에서 얼음땡 놀이를 끝낼 생각이 없는 손가락을 움직여 아이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줍니다. 다섯 개의 제목을 보여주며 몇 번째가 마음에 드는지 의견을 묻는 그녀, 소재가 많은가 봅니다. - 역시. 책의 제목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예의상 물을 줄도 아는 예비 형님반이네요.-

"엄마,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엄마도 할 수 있어요. 나보다 더 잘 해낼 거예요." 엄마의 등을 한참 토닥이다, 쓸어주다 하며 진심으로 용기의 말을 건네는 딸의 한 마디에 선배미가 넘쳐납니다.


다섯 개의 책 제목을 떠올린 그녀는 '시계 한 개'의 타이틀로 책 소개를 완성했다.





  달팽이 엄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육아'라는 달콤한 꽃을 찾아 높고 험난한 언덕을 용기 내어 오르는 중입니다. 한 번에 한 걸음, 조급함과 불안함을 버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달팽이의 속도는, 멈추지 않는 이상 정상을 향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육아의 모든 순간들이 켜켜이 쌓이면, 언젠가는 언덕을 넘어 속도가 붙는 날이 찾아오겠죠? 물론,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이벤트란 돌들이 툭하고 나타나거나 뜻하지 않은 갈림길에서 한동안 가만히 이마를 짚고 멈추어 있을 날도 존재할 것입니다. 펼쳐질 무수한 일들이 육아 라이프의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 주기를 소망할 뿐이지요.


  우리 앞에는 육아를 포함한 인생의 흐린 날과 밝은 날 등 다양한 풍경들이 펼쳐질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지극히 평범한 날들이겠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겠지만, 그때마다 엄마에게 다가와 캐러멜을 입에 넣어주는 아이들이 있을 거예요. 사랑스러운 얼굴로 말이죠. - 그렇다면 남의 편은 산 아래서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을까요. 육아 언덕에는 오를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다리는 게 어딘가' 나의 건강을 위해 예쁜 마음을 장착해 봅니다. 그 또한 자신만의 더 험난하고 높은 산에 오르는 중일 테니까요. 미리 두둑한 캐러멜 가방을 챙겨줘야겠습니다 - 아이들과 최애씨 덕분에 산의 바닥만을 보고 걷는 것이 아닌 고개를 들어 하늘과 자연을 느끼고, 높이 오를 때마다 더 넓은 시야로 멋진 경치를 눈에 담으며 행복을 만끽하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 육아의 언덕을 함께 오르며 멋진 하루를 감상해 보심이 어떨까요?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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