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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Feb 08. 2024

사랑은 복리가 된다

생각보다 훨씬 쉽다

   "엄마, 눈 오른쪽 위로 떠봐요." 

엄마의 눈을 확인하는 오복이의 눈은 젖어있다.

"이거 어디 병원 가야 해요? 그냥 둬도 괜찮아요?" 

끝없이 걱정스러운 질문을 한다. 아마 눈에 두꺼운 실핏줄이 마음에 걸리나보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휴대폰은 경쾌한 알람을 울리기 시작한다. 화면에는 '자는 시간!!!!!!!!!!!!!!!!!!!!' 메시지가 떠있다. 9시 30분, 침대에 누워야 하는 아이들은 남은 5분 간, 물을 마시거나,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너희 얼른 들어가야지. 엄마 눈은 걱정 마, 소리만 안 지르면 나아지겠지."

장난스러운 대답을 진지하게 들은 오복이의 눈은 동그래지고, 모든 동작은 멈추었다. 큰 소리로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오복이는 평소 잠들기 전 굉장히 감성적으로 변하기도, 마음 안의 어지러움을 없애려는 듯 하루를 곱씹으며 손가락을 접는다. 나름의 별점을 매기고 엄마와 본인 스스로에게 미안해한다. 칭찬을 하고, 내일을 다짐한다. 물론, 해가 뜨면 본인의 다짐은 모조리 잊힐 거란 것과 혹은, 알면서도 안 할 거란 것을 뻔히 알고 있다.

"미안해요, 내가 오늘 소리 많이 지르게 했어요."

"괜찮아, 안 좋아지면 병원 가면 돼. 앞은 보일 거야." 

얼른 퇴근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는 우는 아이 앞에서 아무 말이나 툭 던진다. 눈의 주인이 아닌 듯 감정을 뺀 채.

"네? 앞을 못 볼 수도 있어요? 안되는데, 우리 엄마.. 내 얼굴 기억 못 하면 나는 못 살아요."

"기억하면 되지. 엄마는 너희 눈, 코, 입, 귀, 머리털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 기억할 거야. 얼른 자러 들어가자. 아빠가 시간 딱 맞추라 그러셨잖아. 곧 아빠 오실 것 같은데, 얼른!" 

아빠 경보에 후닥닥 움직일 아이들이지만, 이 순간 그들에게 경보 따위는 전혀 귓가 근처에도 오지 않는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엄마를 말없이 바라보던 아이들의 모습에 갑자기 미안하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들어야 하는데, 자기 전에 내가 또 무엇을 저지른 것인가. 나를 탓하는 한숨이 나오지만 한편으로, 순수한 기쁨을 경험함에 내 얼굴에는 잠깐동안 웃음이 왔다 사라진다. 지켜보던 오팔이도 본인의 하루를 돌아보는지, '내가 엄마를 아프게 한 거 같아'를 반복하며 따라 울기 시작한다. 몸집이 제법 커진 아이 둘을 양 무릎에 앉히고 뽀뽀와 토닥토닥을 번갈아가며 달랜다. 감정은 금세 전염되어 양육자도 눈물을 흘린다. 최애씨가 보면 드라마 찍냐고 코웃음을 칠 장면이 아닌가. 멀리서 보면 웃긴 상황이 분명하지만, 가까이에서 겪는 어미는 아이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받으며 나만의 특권을 누려본다.

   오복이는 그날부터 엄마의 샤우팅을 들으면 곧바로 달려와 눈을 벌려 확인했다. - 예방에는 무관심인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다. - 잠들기 전에는 각각 한 눈씩 맡아 의사인 듯 검진하는 시늉을 했고, 자신들의 예쁘지 못했던 행동들의 횟수와 엄마의 실핏줄 개수를 비교했다. 세세한 검진 결과까지 묵묵히 들어야 끝이 나는 '웃음 참기 챌린지'의 연속이다.



   "엄마, 엄마는 언제 이렇게 요리를 배웠어요? 요리사가 꿈이었어요? 엄마도 할머니처럼 손에 복점이 있어요? 나중에 레시피 꼭 알려주세요."

매일 볶음밥을 해줘도, 그저 고기와 생선을 굽기만 해도, 심지어 간단히 주먹밥을 싸도 훌륭하다고, 요리사라 엄마라며 짧은 엄지 손가락들을 높이 높이 치켜세운다.

"고마워. 그런데 엄마에게만 말해줄래? 어디 가서 그런 말 참아줘, 얘들아." 

쏟아지는 듣기 좋은 말들에 굉장히 부끄러운 엄마는 아이들에게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적당히 해달라고 부탁한다. 행동 하나하나에 칭찬을 쏟아붓는 아이들의 깜찍한 과장법에 엄마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얘들아, 고마워!!!!




   오복이와 손을 잡고 걷는 중, 아이가 진지하게 말을 꺼낸다.

"엄마, 엄마 덕분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해요"

"엄마, 저는 유명해질 거예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야 하거든요."

"아빠가 60세가 되면 저는 몇 살이죠? 아빠 돈하고, 제가 번 돈을 합쳐서 다 같이 한 달 여행 가요."

대답할 틈조차, 쉼 없이 재잘재잘 말하는 작은 입을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 싶다. 그의 날씬한 비결을 다시금 확인한다. 내 배에서 나오다니, 신기하다.

"오복아,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공간에서 따뜻한 손을 맞잡고, 예쁜 우리 아들 목소리 들으니까 행복하다. 오늘도 고마워. 엄마가 너희에게 '예쁘게 말해야지'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엄마, 아빠는 그렇게 못한 것 같아. 너를 아프게 했던 말들이 있다면 너무 미안해. 결코 진심이 아니야. 잊지 않고, 노력할게." 지나가는 따뜻한 한 마디에 감동받고, 마음이 힘들 때 꺼내어 생각하는 오복이에게 정성을 다해 마음을 고백한다.

"괜찮아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서 그런 거니까, 저도 미안했어요. 잘할게요." 손을 꼭 잡으며 아이가 말한다. 길 가다 멈춰 서서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들여다본다. 보고 싶었다.

 "오복아, 네가 만든 거 아니야. 엄마, 아빠는 오복이가 오복이라서 좋아.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아. 엄마 배려해 주는 것도 고맙고, 오복이가 말하지 않아도 엄마 눈에는 저절로 내비쳐서 보이거든? 우리, 마음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계속 안고 있고 싶어요."

"엄마도 너희들을 계속 안고 싶다. 그거 아니? 아빠는 꾹 참고 회사 가셨어."

아이들의 따뜻함과 진심의 눈빛은, 말이 닿기도 전 이미 내 가슴에 도착해 물들어있다.

또 다른 하루의 시작, 새하얀 종이 위, 부모의 사랑을 새로이 받아 적을 아이들이 영혼의 기지개를 켠다.

매일의 꾸준함으로, 아이들 마음에 관심, 칭찬, 사랑으로 가득히 채워가며, 사랑의 눈덩이 효과(the snowball effect)를 누려보자.




I can live for two months on a good compliment.            

                                                                  - Mark Twain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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